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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0. 2022

녹슬지 않은 소리를 위하여

한상림 : 나무봉 

나무봉 

         한상림 


끊임없이 제 몸을 두들겨 맞아야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

맑은 소리를 위해

종은 계속 울어야 한다

소리를 담는다

너의 둥근 원음을 복제하며

수없이 내 몸을 담금질한다

로스앤젤레스 공원

에밀레 종소리를 흉내 내는 우정의 종

내내 쇳소리만 내고 있었다


두웅, 두웅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떨림, 그

여향(餘響)으로

나는 수없이 자진한다

부딪힐 때마다

너는 소리로 화답한다


A Wooden Stick 

             Han, Sang-rim 


With your body ceaselessly beaten,

The sound never gets rusty. 

To emit a clear sound

The bell has to ring all along.  

The sound is in you. 

To replicate your round sound

I have been tempered numerous times. 

In the Los Angeles Park,

The Bell of Friendship,

Copying the sound of the E-mil-le Bell,

Was only making metallic sounds all the time.    


Boom, boom,

For your trembles felt by my whole body

And your lingering sound 

I killed myself over and over. 

Whenever I am bumped against you,

You respond with your sound. 


시인은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 일지 모릅니다. 흰 종이 위의 검은 점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지만 시인은 그 점을 담고 있는 흰 여백을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이죠. 한상림 시인의 ‘나무봉’이 그렇습니다. 모두들 우람한 소리를 내는 쇠 종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종을 울리는 나무봉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이 시를 영문으로 옮기면서 나 역시 자꾸 ‘종’이 화자가 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 나는 시의 제목조차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담금질하다’라는 표현만으로 ‘쇠’를 연상한 나는 여전히 시인의 눈을 부러워할 수밖에요. 


제 몸을 두들겨 맞아야 제 소리를 낼 수 있는 종. 하지만 그 종을 두드리는 나무봉은 스스로  단단해져야 했지요.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죽여야 했습니다. 종의 떨림과 이어지는 그 남겨지는 소리에 취해서 말이죠. 언젠가 자신을 부러뜨릴 것을 알면서도 나무봉은 그 단단한 쇠 종을 두드립니다. 종의 아름다운 소리는 헝겊에 싸인 나무봉만이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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