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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1. 2022

내 마음속의 시

이은희 : 어렵게 씌어진 시

어렵게 씌어진 시

             이은희


마음이 어수선하여

시가 되지 못하고


생각이 많아서

시가 되지 못하고


내 안에 갇혀버린

시가 되지 못한 언어들이 아프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말이 되지 못하고

결국은 시도 되지 못한다


A Poem Hard to Write

                 Lee, Eun-hee


Distracted mind

Can never be a poem.


Much thought

Can hardly create a poem.


So many words which, locked in me,

Are yet to be a poem, hurt.


Too much thought

Can be neither words

Nor a poem in the end.  


시는 누구의 마음에나 있습니다. 소년의 햇살 같은 마음에도, 노인의 달빛 같은 추억에도 시는 언제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시인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하루는 시를 짓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슬프고 기쁜 사랑의 시, 밝고 어두운 삶의 시, 가볍고 무거운 깨달음의 시가 날실, 씨실로 시간의 천을 잣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때론 그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내 안에 있는 시의 언어를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씁니다. 마음을 표현할 낱말을 고르고 그것을 배열하여 누군가의 시심을 뒤흔듭니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마음속 시의 결이 말로 옮겨지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시는 그런 시인의 고뇌를 정직하게 풀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직함이 아이러니하게도 한 편의 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결코 쉽게 써지지 않는 시를 향한 시인의 마음이 또 다른 시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 위의 시는 이은희 시인의 시집 ‘아이러니 너’에 수록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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