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Mar 23. 2022

청춘의 단상(斷想)

윤동주 : 사랑스런 추억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포옴에 간신히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체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해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 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차가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Lovely Nostalgia

              Yoon, Dong-joo


On an early spring morning, at a small station,

I was waiting for a train as desperately as for hope and love.


Barely casting a shadow on the platform

I smoked.


My shadow was flowing in the smoke

And a pigeon flew up without a shame

Fluttering its wings in the midst of the sunlight.


Without any news

The train took me far away.


Spring gone – in a quiet rented room in Tokyo

I long for myself left on an old street as much as for hope and love.


Today, too, trains indifferently pass several times

And I will be hanging around

On the cold slope of the station


- Ah, May youth stay there long.


두 개의 장면이 교차합니다. 어느 이른 봄날 시인은 정거장 플랫폼에 서서 기차를 기다렸습니다. 담배 연기가 허공에 머물고, 희망과 사랑을 기다리듯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연기에 그림자가 어른거릴 무렵 도착한 기차에 몸을 싫고 어딘가로 떠나갑니다.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라는 표현 속에 허황한 시인의 속내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어진 오늘 속의 ‘나’. 허전한 하숙방 방구석에 앉아, 가버린 봄날, 거리에 팽개쳐진 나를 그리워합니다. 기차는 무심히 지나가도 비탈진 정거장 어딘가, 희망과 사랑은 여전히 남아 있을 테니까요. 아! 내 청춘의 기억... 가끔은 아프지만 사랑스러운 추억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