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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3. 2022

마지막까지 취해야겠습니다

보를레르 : 취하라

Be Drunk

       by Charles Baudelaire


You have to be always drunk. That's all there is to it--it's the

only way. So as not to feel the horrible burden of time that breaks

your back and bends you to the earth, you have to be continually

drunk.

But on what? Wine, poetry or virtue, as you wish. But be

drunk.

And if sometimes, on the steps of a palace or the green grass of

a ditch, in the mournful solitude of your room, you wake again,

drunkenness already diminishing or gone, ask the wind, the wave,

the star, the bird, the clock, everything that is flying, everything

that is groaning, everything that is rolling, everything that is

singing, everything that is speaking... ask what time it is and

wind, wave, star, bird, clock will answer you:"It is time to be

drunk! So as not to be the martyred slaves of time, be drunk, be

continually drunk! On wine, on poetry or on virtue as you wish."


취하라

      샤를 보들레르


언제나 취해야 한다. 그것이 전부이고

유일한 방법이다. 허리를 끊어내고, 땅에 몸을 구부리게 하는  

끔찍한 시간의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취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에? 술, 시, 선행, 무엇이든 좋다.

아무튼 취하라.

때로 궁전의 계단 위에서 혹은 도랑의 푸른 풀 속에서,

당신의 슬픈 고독의 방에서 깨어난다면,

그땐 이미 취한 기운은 감소되거나 사라지리니, 바람에,

파도에, 별에, 새에, 시계에, 흘러가는 모든 것,

신음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라...

지금이 몇 시인지. 그러면 바람, 파도, 별, 새, 시계가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야! 시간의 순교한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해,

끊임없이 취해! 술, 시, 선행, 무엇이든 좋으니까. “


‘악의 꽃’을 쓴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 영역본입니다. 1821년에 파리에서 태어나 46세의 나이에 파리에서 세상을 떠난 영원한 파리지앵. 그는 그저 취하라 합니다. 술에든, 시에든, 당신이 원하는 무엇에든 취하라 합니다. 사실 요즘처럼 그 말이 공감되는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는 것이 너무 맹숭맹숭해서 말입니다. 한 때는 친구를 만나 밤새워 얘기했고, 애인은 일 년 365일 매일 만나도 모자라 그 먼 길을 몇 번씩 왕복하기도 했지요. 배우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곳도, 가고 싶은 곳도 많았습니다. 사랑도, 그리움도, 고마움도 많았고, 후회와 번민과 분노도 많았습니다. 열정도 포기도 잦았던 그때에 나는 분명 무언가에 흠뻑 취해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듯 지나간 시간들이 기억 속에 뿌옇게 퇴색해 가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얼마전 친구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노인이 되지 말고 어른이 되라는 얘기였죠. 좋은 말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취해야겠습니다. 배려에 취하고, 이해에 취하고, 겸손과 관대함에 취해야겠습니다. 과거에는 모르고 취했다면 이제는 알면서 취해야겠습니다. 젊은 보들레르의 말처럼 무엇에든 취해야겠습니다. 취한 뒤 잠에서 깨어나면 얼른 또다시 취해야겠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취해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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