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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7. 2022

새벽과 별과 한숨과 그림자

은하수 : 그림자

그림자

      은하수


새벽 빛나는 별 하나

번져 보이는 금빛 아래


드리워진 그늘이 나를 붙잡는다

어디 가냐 묻는 듯이


연달아 내쉬는 한숨

나의 것이 아니었을까


가장 환한 조명 아래

날 숨긴다


그림자가 사라진다

따라오는 것이 다.  


The Shadow

         Eunhasoo                                                                    


Under the golden glare of

A bright star at dawn,


The overhanging shadow catches me

As if to ask where I am going.


A chain of sighs,

Isn’t it mine?


I hide myself

Under the brightest light.


As the shadow is gone,

Everything that follows disappears.


매우 감각적인 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인은 잠 못 든 밤을 지내고 새벽하늘에서 작은 별 하나를 발견합니다. 별빛으로 물든, 어두운 하늘 아래 시인의 몸을 덮치는 그림자를 느낍니다. 그것은 두려움일까요, 아쉬움일까요, 마음속에 깃든 수많은 미련일까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나와 시간과 삶. 그 깊은 발자국이 무거워 남모를 한숨만을 내쉬어봅니다. 하지만 내 속의 그 깊은 한숨조차 이 짙은 새벽의 어둠 속에 묻혀 누구의 숨소리인지조차 알 수가 없군요. 시인은 쏟아져 내리는 빛 속에 자신을 감춥니다. 스포트라이트처럼 자신만을 비추는 강렬함 속에 빠져듭니다. 순간 머리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사라집니다. 아니 시인의 발자국을 쫓던 그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새벽의 별빛은 왜 이리 외로운지요.


시인의 시는 그의 본 모습이 아닐지 모릅니다. 일순간 가슴에 인 감정의 그림자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짙은 시인의 환영에 빠져 시를 읽는 사람은 새벽과 별과 한숨과 그림자가 한꺼번에 몸과 마음에 닥쳐옴을 느끼죠.


*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 은하수님의 3월 16일 자 시를 영어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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