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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15. 2022

떠난 이, 남겨진 이

이정하 : 사랑의 이율배반

사랑의 이율배반

            이정하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Antinomy of Love

             Lee, Jeong-ha


You,

Don’t wave your hand.


You are shining

But I am in tears.


One who is leaving

Has only to return anytime,

But one who is left

Should just wait?


When you leave with no promise,

Don't wave your hand.


남겨진 자리는 언제나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떠나간 사람은 곧 잊히기 마련이죠. 그게 섭리인 것 같습니다. 그 잊힘의 축복으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아이를 땅에 묻고 와 배고픔을 느낀 엄마의 한탄처럼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양입니다. 떠나는 사람도 그리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겁니다. 익숙한 자리, 사람, 기억을 홀로 그리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돌아가리라 마음먹고 있을지 모르죠. 손을 흔들며 떠나지 마세요. 마치 아주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니까요. 언제 돌아오리라 약속 없이 떠나는 사람은 남겨진 이를 멀리 두고 돌아서는 모퉁이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릴 겁니다. 그리고 슬픔 속에 남겨진 이는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을 홀로 기약합니다. 만남과 이별은 그렇게 사랑 안에서 언제나 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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