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연설(2)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시저의 장례식에서

by 최용훈

로마 공화국의 말기, 위대한 장군이자 정복자였던 줄리어스 시저는 제국을 꿈꾼다. 이미 공화국의 절대적 권력을 누리고 있었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시저는 그의 충실한 부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 83 B.C.~30B.C.---영어로 마크 안토니)로부터 황제의 위에 오르라는 청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시저의 정적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저를 시해할 음모를 꾸민다. 그 계획의 주모자는 로마의 또 다른 장군 가이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Gaius Cassius Longius)였다. 그는 계략을 꾸며 중립적이던 마르쿠스 브루투스(Marcus Junius Brutus)로 하여금 시저의 야심을 의심하게 한다. 결국 시저의 신뢰를 받던 브루투스는 공화국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시저를 암살한다. 그리고 그는 로마의 시민들에게 감동적인 연설로 시저의 죄상을 밝히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내가 시저를 죽인 것은 그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고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시저의 장례식에 등장한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반어법적인 연설로 시저의 공적을 찬양하고 로마 시민에 대한 그의 애정을 설파한다. 결국 그의 연설에 격동한 시민들은 브루투스 일당을 반역자로 규정하고 폭동을 일으킨다. 다음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에 나오는 안토니우스의 연설 가운데 일부이다.


안토니 :

친구들이여, 로마인들이여, 형제들이여, 잠시만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저는 이곳에 시저를 묻으러 왔지 그를 찬양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저지른 악행은 그가 죽은 뒤에도 여전히 살아남지만

그의 선행은 종종 뼈와 함께 묻히고 말지요.

그러니 시저도 그렇게 되겠지요. 고귀한 브루투스 님은

시저에게 야심이 있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만일 그러하다면 그것은 통탄할 잘못입니다.

그리고 시저는 슬프게도 그 대가를 치렀지요.

브루투스 님과 다른 분들의 허락 하에---

브루투스 님도 다른 분들도 모두

존경받는 분들이시죠---

저는 시저의 장례식에서 와 여러분들 앞에 섰습니다.

그는 내게 성실하고 공정했던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브루투스 님은 그가 야심가였다고 말씀하십니다.

브루투스 님은 모두의 존경을 받으시지요.

시저는 많은 전쟁포로들을 이곳 로마로 끌고 와

그들의 몸값으로 국고를 채웠습니다.

이것이 야심 있는 자의 행동이었을까요?

가난한 이들이 울면, 시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야심가라면 그보다는 더욱 가혹했을 겁니다.

하지만 브루투스 님은 그가 야심가라 합니다.

브루투스 님은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십니다.

여러분들 모두 아시겠지만 루퍼칼리아 축제에서

저는 시저에게 세 번이나 왕관을 권했습니다.

그는 세 번 다 거절했지요. 이것이 야심이었나요?

하지만 브루투스 님은 그가 야심가라 합니다.

물론 존경할 만한 브루투스 님을

비난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이곳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한 때는 여러분 모두 시저를 사랑했지요.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이유로 그를 애도하기를 망설이고 있는지요?

오 판단력이여! 그대는 잔인한 야수가 되고

모든 이들은 그 이유를 상실하고 말았군요. 용서하십시오.

내 심장은 시저와 함께 저 관 속에 있습니다.

그것이 내게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잠시 말을 멈춰야겠습니다. (안토니 흐느낀다.)

시민 1 :

내 생각에는 그의 말이 매우 타당한데.

시민 2 :

공정히 생각해 보건대

시저는 몹쓸 일을 겪은 것이야.

시민 3 :

그렇지요?

나는 그의 자리에 더 못된 자가 오르게 될까 걱정이오.

시민 4 :

그의 말을 들었지요? 시저는 왕관을 거절했소.

그러니 야심가일 수가 없지요.

시민 1 :

만일 그렇다면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지.

시민 2 :

불쌍한 사람! 우느라고 눈이 다 빨갛게 충혈됐어.

시민 3 :

로마에 안토니보다 고귀한 인물은 없을 거야.

시민 4 :

자 들어봅시다. 그가 다시 얘기를 시작했소.


안토니 :

하지만 이제 시저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곳에 누워있지요.

이제 누구도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겁니다.

오 여러분. 만일 제가 여러분들의

심장과 마음을 뒤흔들어 폭동과 소요를 일으키려 한다면

그것은 브루투스 님과 가이우스 님을 욕보이는 것이 되겠죠.

아시다시피 그 두 분은 존경받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분들을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죽은 자와 저 자신과 여러분들을 욕되게 하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렇듯 존경받는 분들의 명성을 더럽히느니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시저의 낙관이 찍힌 서류가 있습니다.

그의 방에서 찾은 것입니다. 이것은 그의 유언장입니다.

여러분들만이 들으실 수 있지만,

용서하십시오. 저는 읽지 않으려 합니다.

만일 듣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시저의 시신에 난 상처에 키스하고

여러분의 손수건을 그의 피로 적시며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머리칼 한 줌을 간절히 원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세상을 떠나는 날 그것을 유언장에 기록하고

후손들에게

가보로 물려주게 될 것입니다.


시민 4 :

우리에게 유언장의 내용을 들려주시오. 읽으세요, 안토니.

시민 모두 :

유언장, 유언장! 시저의 유언을 들려 달라.


안토니 :

친구들이여. 참아주십시오. 저는 읽어서는 안 됩니다.

시저가 여러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모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나무도 돌도 아닌 인간입니다.

그러므로 시저의 유언을 들으시면

여러분들은 분노에 사로잡혀 날 뛰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시저의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알게 된다면 오, 어떤 일이 일어날 지요!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3막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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