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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03. 2022

나도 모르는 나

임호 : 거울 없는 나라 

거울 없는 나라

              임보


거울이 없는 나라가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모른다

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남의 얼굴을 보고 내 얼굴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 나라에서는

언청이도 남이 미인이라 하면 미인으로 알고

미인도 남이 점박이라 하면 점박이가 된다


나는 내가 아니라 남의 입에 달려 있다


A Country without Mirrors 


There is a country without mirrors,


Where people do not know how they look.

As they cannot see their faces

They just guess how they look from what others do. 


In that country

A hare lip takes himself as a beauty because others say so

And a beauty thinks he has birthmarks when others do so. 


I am not me but what others say.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아는 ‘나’는 진실한 모습일까?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들은 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참 희한한 세상입니다. 누군가는 나를 착하다고 합니다. 다른 이는 나를 못됐다고 합니다. 누군가 나를 재주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 이는 내가 교활하다고 합니다. 정직하다면 거짓이 많다 하고, 용기 있다 하면 비겁하다고 합니다. 아무리 홀로 생각해도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이전보다 조금 늙은 내가 보입니다. 얼굴은 얼굴일 뿐 내 속의 참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길을 걸어갑니다. 누군가는 환한 미소로 인사하고 어떤 이는 고개를 돌린 채 못 본 척합니다. 차라리 모두가 나를 똑같이 대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들 달리 보니 좀처럼 나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내 속에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네가 누군들 무슨 상관이람. 그냥 생긴 대로 살아!”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묻습니다. “내가 어떻게 생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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