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상실한 사회
밥 카우프만 : 믿으라, 믿으라
Believe, Believe
by Bob Kaufman
Believe in this. Young apple seeds,
In blue skies, radiating young breast,
Not in blue-suited insects,
Infesting society’s garments.
Believe in the swinging sounds of jazz,
Tearing the night into intricate shreds,
Putting it back together again,
In cool logical patterns,
Not in the sick controllers,
Who created only the Bomb.
Let the voices of dead poets
Ring louder in your ears
Than the screechings mouthed
In mildewed editorials.
Listen to the music of centuries,
Rising above the mushroom time.
믿으라, 믿으라
밥 카우프만
이것을 믿으라. 어린 사과 씨앗을,
젊은 가슴을 발산하는 푸른 하늘들을,
사회라는 옷을 좀먹는
푸른 빛깔의 벌레들은 말고.
밤을 어지러운 파편으로 부수다가
다시 하나로 합하는
흔들리는 재즈의 소리를 믿으라,
멋지고 논리적인 패턴을 믿으라.
폭탄만을 만들었던
병든 지배자들 말고.
죽은 시인들의 목소리가
당신의 귀에 더 크게 울리게 하라.
흰 곰팡이 핀 사설들이 전하는
시끄러운 소음보다 더.
버섯처럼 단명한 시간을 넘어온
긴 세월의 음악을 들으라.
밥 카우프만(Bob Kaufman, 1925~1986)은 유대계 독일인 아버지와 마르티니크 출신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의 초현실주의 시인이자 재즈 연주가였습니다. 그는 기성의 체제 혹은 정부 자체에 대한 불신과 풍자를 그의 시에 담기도 하였습니다. 위의 시는 파괴적인 기존의 관념과 제도를 비판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순수하고 긍정적인 요소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건강한 ‘사과 씨앗’, 빛나는 ‘하늘’, ‘재즈’와 ‘시인’, ‘음악’과 같은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라고 합니다. ‘푸른 빛깔의 벌레’로 묘사된 사회를 좀먹는 부패한 정치제도, 전쟁이라는 인류 최악의 범죄를 서슴지 않는 ‘폭탄만을 만드는 지배자들’, 권력에 아부하고 거짓을 일삼는, ‘흰 곰팡이 핀 사설들’로 대변되는 썩은 언론들을 믿지 말라고 합니다. 그 대신 그 모든 것을 넘어 언제나 변함없는 음악에 귀 기울이라 합니다.
정치의 계절입니다. 서로를 향한 음해와 비난이 난무하고, 이전투구의 추악한 대립만이 우리를 향해 선택을 강요합니다. 누구를, 무엇을 믿어야 합니까? 내 마음속의 ‘선’(善)이 패배한다면 순수한 우리들은 그 얼마나 실망하고 분노할까요? 차라리 시인의 말대로 믿어야 할 것은 젊은 가능성과 늘 푸른 하늘과, 흔들리지만 멋진 파동으로 이어지는 재즈와 음악뿐일지 모릅니다. 그것조차 믿을 수 없는 삶이라면 무슨 이유로 세상은 존재하겠습니까? 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서 그래도 우리 속의 무언가는 믿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