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원정 연설 (326 B. C.)
기원전 335년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356~323 B.C.)은 과거의 그리스 도시들을 정복하여 자신의 제국을 확장하는 원정을 시작했다. 10년 간 무패의 전투를 벌인 후 알렉산더는 그리스, 이집트 그리고 광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치 않았다. 알렉산더는 인도에 대한 정복 전쟁을 계속했다. 하지만 십여 년 동안 고향을 떠나 전쟁을 치렀던 그의 군대는 더 이상의 전투에 나설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고, 특히 인도의 위대한 왕 포루스(King Porus)의 군대와는 더더욱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알렉산더는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배운 웅변술로 군사들에게 싸워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다음은 기원전 326년 인도의 히다스페스 강(Hydaspes River)에서 향한 그의 연설이다.
제군들, 나는 그대들을 새로운 전쟁으로 이끌려하지만 그대들은 예전의 정신으로 나를 따르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나는 그대들에게 함께 결정을 내리자고 요청하였다. 나의 제안대로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대들의 뜻대로 뒤돌아 설 것인가.
만일 제군들이 그동안 해온 노력의 결과나 그대들의 지휘관으로서 나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대들에게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대들의 용기와 인내를 통해 우리는 헬레스폰트 해협의 이오니아와 더불어 프리기아스, 카파도키아, 파플라고니아. 리디아, 카리아, 리키아, 팜필리아, 페니키아와 이집트를 차지했다. 리비아의 옛 그리스 영토, 아라비아의 대부분, 시리아 저지(低地), 메소포타미아, 바빌론, 수시아 등도 이제 그대들의 것이 되었다. 페르시아와 메디아도 이미 그대들의 손에 들어왔다.
카스피 해를 건너, 코카서스 산맥과 타나이스 강을 넘어서 박트리아, 히르카니아의 땅들, 그리고 히르카니아 해(海)도 그대들의 것이 되었다. 우리는 스카타이인들을 사막으로 내몰았고, 인더스, 히다스페스, 아케시네스, 히드라오테스 강들 모두 이제는 우리의 영토 안에서 흐르고 있다. 그 모든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은 어찌 마케도니아의 힘---그대들의 힘---이 히파시스 강과 그 건너편의 종족들에게로 확장되는 것을 망설이고 있는가? 아직 남아있는 몇몇 원주민들의 반발을 두려워하는가? 가자! 그들은 공격을 받지 않아도 항복할 것이며, 도주하다가 포로가 될 뿐이다. 결국 그들의 나라를 그대들의 손에 맡기고야 말겠지. 그것을 얻으면 스스로의 의지로 우리와 함께 하고 우리 편에서 싸운 이들에게 선물로 줄 것이다.
고귀한 목적을 향하는 사내다운 사내에게는 싸움 그 자체를 넘어서는 목표는 없다고 나는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특별한 원정에 어떤 제약이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내 이르노니, 아직도 우리 앞에 있는 나라의 영토, 갠지스 강에서 동쪽의 바다에 이르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좁을 뿐이다. 분명 그대들은 이 바다가 히르카니아 해와 연결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왜냐면 대양의 거대한 흐름이 땅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나는 그대들, 나의 병사들에게 증명해 보일 것이다. 인도와 페르시아 만, 그리고 히르카니아 바다 그 셋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고 이어질 것임을. 우리의 배들은 페르시아 만에서 리비아 그리고 땅의 끝인 헤라클레스의 기둥까지 항해할 것이다. (*헤라클레스의 기둥은 지브롤터 해협 어귀 부분의 낭떠러지에 있는 바위이다. 기둥은 북쪽과 남쪽의 것으로 흔히 구별해 지칭하는데, 북쪽의 것은 영국령 지브롤터에 속해 있으며 '지브롤터 바위산'으로 불린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리비아 전체는 곧 우리의 것이 될 것이며 아시아 전체도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의 제국에는 신이 만든 세상의 경계 외에는 그 어떤 경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들이 등을 돌린다면 히파시스와 동쪽의 바다 사이에 많은 종족들이 정복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되고 북쪽과 히르카니아 바다 쪽으로는 더 많은 종족들이 있을 것이며 스키타이 족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물러선다면 아직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한 땅들은 우리에게 항복하지 않은 몇몇 나라들에 의해 반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우리가 겪고 행한 모든 일들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며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마케도니아의 용사들이여, 나의 친구, 동지들이여.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굳건히 서라. 그대들은 시련과 위험이 영광의 대가이며, 용기 있는 삶과 무덤을 넘어선 불멸하는 명성의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고 있지 않은가.
나의 조상인 헤라클레스가 티린스나 아르고스 심지어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테베 너머까지 진격하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실제로든 겉으로든 신의 반열에 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헤라클레스와 달리 진정한 신이었던 디오니소스도 힘든 일들을 적잖게 겪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해냈다. 우리는 니사를 지나왔고, 헤라클레스도 얻지 못한 아오르노스의 바위를 취할 수 있었다.(*아오르노스는 기원전 326년 알렉산더 왕이 마지막 포위 공격을 가했던 곳의 지명이다. 오늘날 파키스탄에 위치한 산악지대이다.) 이제 가자. 아시아의 나머지를 그대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더하라. 그대들이 정복한 거대한 것에 그저 조금을 더 보탤 뿐이다. 만일 우리가 마게도니아에서 편히 살고, 우리의 고향을 지키고, 타라시아 인들이나 일리리아 인, 트리발리아 인, 그리고 우리의 안위를 위협할 그리스 인들의 국경 침입을 저지하는 것 이상의 부담을 지려하지 않았다면, 어찌 우리가 그렇듯 위대하고 고귀한 일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겠는가?
내가 그대들의 혹독한 진격과 위험한 원정을 함께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들이 용기를 잃은 첫 번째 군대가 되었다고 비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대들이 한 모든 일에 대해 다른 자들이 그 보상을 차지했다면 그러한 불만은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대들과 나는 어려운 일을 함께 했고, 위험을 함께 했으니 그 보상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정복한 땅들은 그대들의 것이며, 그대들 가운데서 그 지배자가 선택될 것이다. 이미 그 보물들의 상당 부분은 그대들의 손에 넘겨졌다. 이제 아시아 전체를 정복하면 나는 우리의 야망을 만족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것은 그대들 각자가 품고 있는 부와 권력에 대한 궁극적인 기대들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누구든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자는 가도 좋다. 나는 남은 자들을 돌아간 자들의 부러움으로 만들 것이다.
인도 원정에서 되돌아온 알렉산더 대왕은 많은 관료들이 부정하게 축재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알렉산더가 그 전쟁에서 패해 결국은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분노한 그는 부패한 관료들 대부분을 처형하고, 자신을 위해 싸웠던 마케도니아의 군사들에게 관대한 포상을 내린다. 사실 알렉산더는 부하들을 위해 가진 것을 아끼지 않은 군주로 알려져 있다. 잦은 원정으로 왕실의 재산을 다 탕진하면서도 군사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재물을 썼던 것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그려진 그의 모습이다.
그의 충신 가운데 하나인 페르디카스가 묻는다.
"대왕께서는 자신을 위해 무엇을 남겨 놓으셨습니까?"
알렉산더가 대답했다.
"희망".
그러자 페르디카스가 말했다.
"그럼 대왕을 모시고 떠나는 저희들도 그 희망을 나누어 갖겠습니다."
인도 원정을 마친 알렉산더는 평생의 친구이자 동성 연인으로 알려진 헤파이스티온의 죽음을 접하게 된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알렉산더는 깊은 상실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결국 얼마 되지 않아 알렉산더 자신도 갑자기 쓰러지고 열흘도 안 되어 급서하고 만다. 그의 나이는 고작 서른둘이었다. 쓰러지기 직전까지도 건강했던 그는 아라비아 반도 원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죽음에 관해 무수한 추측이 난무했지만 역사는 그저 그의 죽음만을 무심히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난폭한 정복자로 알려졌던 티무르 제국의 티무르 왕(1336~1405)조차 찬양했던 영웅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서른 세 살의 줄리어스 시저는 알렉산더 대왕의 석상 앞에서 "그는 내 나이에 세계를 정복하고 죽었지만, 나는 이 나이에 이를 때까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구나"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영웅의 길은 영원한 정복뿐인가. 고대의 왕과 지배자들은 전쟁의 과정에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정복의 욕망은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알렉산더가 자신을 위해 남긴 그 희망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