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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8. 2022

첫 키스의 기억

한용운 : 첫 키스 

첫 키스

     한용운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뜨거운 사랑에 웃으면서 차디찬 잔 부끄러움에 울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미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러워 마셔요.


First Kiss 

      Han, Yong-un 


Don’t, please don’t. 

Don’t pretend not to see me when you see me.

Don’t, please don’t. 

Don’t say with eyes with your lips closed.  

Don’t, please don’t. 

Don’t cry in cold, little shyness when you laugh in burning love. 

Don’t, please don’t. 

Don’t tremble in intensity when you pick the flowers of the world.

Don’t, please don’t. 

Smile dances deep in my heart of destiny.

Please don't be coy now. 


해방을 한 해 남겨두고 선종한 만해 한용운. 그의 대쪽 같은 성품 속에도 이런 첫 키스의 기억이 남아있었기를 바라는 것은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까 저어합니다. 하지만 그가 열반에 든 것이 세상 나이로 육십육 세였으니 그보다 한 해를 더 산 후손이 농처럼 한마디 한 것에 개의치 않으리라 믿습니다. 


첫 키스 후에 만난 그녀는 날 봐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입술을 닫은 채 눈빛으로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슴에 끓어오르는 사랑의 기쁨을 아는데 짐짓 냉정한 채, 수줍은 채 하지 마세요. 첫 키스의 꽃 같은 환희 속에서 두려움에 떨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 운명 같은 사랑의 마음속에 그대의 미소가 들어와 춤을 춥니다. 부끄러워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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