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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5. 2022

목마름에 하늘을 마십니다

박두진 : 하늘

하늘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 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The Sky

       Park, Doo-jin


The sky comes to me,

Slowly, slowly

From afar.


The sky coming from a distance

Is as blue as a lake.


The lake-like blue sky

Embraces me, my whole body.  


The sky

Soaks into heart and heart

With its sweet breath. 


Washing my neck

With the warm sunshine,

On the early autumn day,


I drink the sky over and over

Because I am thirsty.


Drinking the sky

I grow ripe,

My mind ripens like an apple.  



벚꽃이 눈송이처럼 날리던 그 언덕 위로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하늘이 그렇듯 가까이 보였던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곧 그 하늘이 내게로 다가왔습니다. 호수처럼 잔잔히 나를 감싸던 그 하늘가에 사랑했던 그 사람의 그리운 향기가 번졌었지요. 고개를 들어 햇살을 얼굴 가득히 받으며 하늘을 마십니다. 무너져 내린 영혼의 목마름을 채우려는 듯 허겁지겁 하늘을 마십니다. 능금처럼 붉게 내 마음 익어갈 때 나는 하늘이 됩니다. 그날 나는 하늘이 되어, 떠나버린 그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내 간절한 그리움을 하늘에 담아 비처럼 뿌립니다. 내겐 하늘 같았던 그대를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사랑합니다.


청록파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박두진 시인의 1949년 간행된 시집 ‘해’에 수록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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