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Apr 16. 2022

가을이 오기 전에는...

김준엽 :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김준엽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아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When Autumn Comes in My Life

                        Kim, Joon-yup


When autumn comes in my life,

I have things to ask myself.


When autumn comes in my life,

I will ask if I have loved people.


In order to answer with a light heart then,

I am resolved to love many people now.


When autumn comes in my life,

I will ask if I have lived my life to the full.


In order to answer with confidence then,

I am resolved to live every day to the fullest.


When autumn comes in my life,

I will ask if I have ever hurt someone.


In order to answer with no regret then,

I am resolved not to say or do anything to hurt others.


When autumn comes in my life,

I will ask if my life was beautiful.


In order to answer with joy then,

I am resolved to make my days beautiful and joyful.


When autumn comes in my life,

I will ask what fruits and how much I have borne.


In order to answer with a pride,

I am resolved to sow the seeds of good thoughts in my mind

And diligently grow the fruits of good words and deeds.  


인생의 황혼 무렵에는 모든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남들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어리석음, 열심히 살지 못했던 게으름, 남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오만함, 소중한 삶을 낭비하여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모자람에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이제 삶의 가을을 살아가면서 헛되이 보낸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이전의 기억들을 아쉬움 속에서 떠올립니다. 그리고 무의미한 결심을 꿈처럼 되뇝니다. 사랑해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남들에게 더 잘 대해줘야지. 그래서 암울한 옛 삶에 한 조각 빛이라도 남길 수 있어야 할 텐데... 젊음의 맹세는 언제까지나 황혼의 후회와 바람으로 남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중증 뇌성마비를 앓아 펜을 입에 물고 시를 썼던 김준엽 시인의 시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마름에 하늘을 마십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