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 벼랑에 대하여
벼랑에 대하여
김재진
한 줄의 편지 쓰고 싶은 날 있듯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있다.
견딜 수 없던 마음 갑자기 풀어지고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
문득 이해되어질 때가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저마다의 변명 속을
견디어 가야 하는 사람들
땡볕을 걸어가는 맨발의 구도자처럼
돌이켜보면 삶 또한
구도가 아니라 할 수가 없다.
세파에 부대껴
마음 젖지 않는 날 드물고
더 이상 물러설 데 없는 벼랑에 서 보면
용서할 수 없던 사람들이
문득 용서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About the Cliff
Kim, Jae-jin
Just as I want to write a letter one day,
So I wish to forgive somebody another day.
When I feel relaxed from my troubled mind,
Then, suddenly I come to understand someone,
Whom I couldn’t understand.
As we have to experience
Our own situations and justifications,
Like a barefooted truth-seeker walking under the burning sun,
Life itself, as we recall, is no more than
A road in search of truth.
Tempest-tossed,
My mind is always drenched.
Standing on the cliff where I can never go on,
I sometimes want to forgive someone
Whom I could never forgive.
어느 날 문득 미웠던 누군가가 가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왠지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웠던 그의 모습을 애써 지워보려 합니다. 산란했던 마음에서 벗어나면 문득 상대의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세상이 참 살기 어려운 때, 우리는 구도자와 같이 삶의 길, 삶의 진리를 찾아 나서는 모양입니다. 세상의 거친 파도에 흠뻑 젖은 채 벼랑 끝에 몰리면 그때 우리는 용서를 배웁니다, 우리 모두 같은 모습,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