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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22. 2022

당신의 침묵

홍수희 :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홍수희


내가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부재가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만질 수 없는 당신이 야속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돌아서서 우는 까닭은

당신의 등이 서러워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말씀이 모질어서가 아닙니다

당신의 냉정함이 모다 나를 위한 배려인 까닭입니다


세상이 나를 두고 저만치 멀어 보여도

고독이 함박눈처럼 창틀을 하얗게 뒤덮어도

내 마음이 이렇게 풍요로운 까닭은

님이여, 당신이 내 안에 계신 까닭입니다


오늘도 잎 떨어진 스산한 뜨락,

왼종일 내 영혼 서성이며 설레이느니

내 마음이 이렇게 붉어지는 까닭은

님이여, 당신만이 나를 태울 불꽃인 까닭입니다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까닭은

당신의 침묵이 너무 섬세한 까닭입니다

당신의 등이 너무 뜨거운 까닭입니다


The Reason I Shed tears now...

                                    Hong, Soo-hee


The reason I shed tears now is

Not that your absence makes me sad,

Not that you, untouchable, are so hard on me,

But that your silence is too delicate.


The reason I turn around and cry now is

Not that, from back, you look so cold,

Not that your words are so bitter,

But that your cold shoulders tremble only for me.


Even though the world looks so far from me

And solitude, like big snowflakes, covers my window white,

I feel so abundant in mind because

My love, you are here in me.


Today, in a bleak yard with fallen leaves

My soul wanders in excitement.

The reason my heart gets so red is that

My love, you are the only flame that burns me.


The reason I shed tears now is

That your silence is too delicate

And that your back is too hot.  


정적으로 둘러싸인 이 밤이 너무 고적해 눈 감고 추억의 길을 더듬습니다. 옛 기억 중 가장 아스라하면서도 선명한 것은 사랑했던 기억이지요. 가끔은 따듯했고, 이따금은 차가웠던 그 손길, 숨결은 그저 꿈이었나요. 돌아선 등 뒤로 느꼈던 그 서늘한 바람의 감각은 그저 환상이었을까요. 가늘게 떨렸던 당신의 어깨는 슬픔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아픈 사랑에 대한 위로였다고 믿고 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내 마음에 그렇게 머물고 계십니다. 그래서 차가운 세상에서도, 고독한 삶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지요. 고마워요. 내 잊힌 사랑의 슬픔 속에서도 아직 뜨거워질 수 있는 것은 나를 태우는 당신의 불꽃 때문입니다. 아, 오늘 밤 왜 이리 당신의 침묵이 서러울까요. 닦지도 못하고 흐르는 눈물의 이유를 당신은 알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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