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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21. 2022

수선화와 함께 핀 그리움

김동명 : 수선화

수선화

        김동명


그대는 차디찬 의지(意志)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孤獨)의 우를 날르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사라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부칠곧 없는 정열(情熱)을

가슴 깊이 감초이고

         찬바람에 빙그레웃는 적막(寂寞)한 얼골이어.


   그대는 신(神)의 창작집(創作集)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不滅)의 소곡(小曲),


또한 나의 적은 애인(愛人)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水仙花)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거르리.


A Daffodil

       Kim, Dong-myong


You may be a bitter heart

Flying over eternal solitude

With the cold wings of will.


You may be a poor soul

Dying in endless yearning,

Living and dying again.  


You may be a lonely face

Hiding your nowhere passion

And giving a shy smile despite the cold wind.


You are the immortal masterpiece

Shining most brightly

In the works of God.


You are my little lover.

Ah, my dear daffodil,

I will walk after you on the snow-covered road.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하여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었던 나르키소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자리에 피어난 한 송이 꽃. 수선화의 전설은 그렇게 고독함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는 수선화를 바라보며 이렇게 노래했지요.


어쩌다 하염없이 또는 시름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으면

수선화는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고독의 축복.

그럴 때면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추네.


김동명이 그려냈던 수선화는 달랐습니다. 그의 시는 애달픈 그리움으로 가득했지요.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다 죽는, 그러다 또 살아나고 다시 죽는’ 가여운 영혼이었으니 말입니다. 황금빛의 정열을 잃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외로움 속에 홀로 선 수선화. 그 아름다움은 가슴 저미는 신의 축복이었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속 깊이에 담가 둔 그리움과 사랑의 표식이었습니다. 겨울의 잔설과 함께 피어난 수선화의 청초함은 그리며, 그리워하는 내 외로운 사랑의 흔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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