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하여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었던 나르키소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자리에 피어난 한 송이 꽃. 수선화의 전설은 그렇게 고독함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는 수선화를 바라보며 이렇게 노래했지요.
어쩌다 하염없이 또는 시름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으면
수선화는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고독의 축복.
그럴 때면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더불어 춤을 추네.
김동명이 그려냈던 수선화는 달랐습니다. 그의 시는 애달픈 그리움으로 가득했지요.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다 죽는, 그러다 또 살아나고 다시 죽는’ 가여운 영혼이었으니 말입니다. 황금빛의 정열을 잃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외로움 속에 홀로 선 수선화. 그 아름다움은 가슴 저미는 신의 축복이었습니다. 그것은 내 마음속 깊이에 담가 둔 그리움과 사랑의 표식이었습니다. 겨울의 잔설과 함께 피어난 수선화의 청초함은 그리며, 그리워하는 내 외로운 사랑의 흔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