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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19. 2022

만날 수 없는 것들

이은희 : 평행선

평행선

      이은희


밖은 무채색이다

알 수 없는 두통이

따라다닌 지 수개월이 다 돼가도

아직 알지 못한다


밤은 원색이다

가장 빛나는 화려함을 가장한

어두울수록 빛을 발하는

화려함에 중독되어 치장하고

길을 나서서 세상을 온통 눈멀게 한다


너는 물색이다

모든 투영되는 것들과 함께 변하여

종국(終局)에는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진득한 늪으로 자꾸만 몰아넣는

집착의 끈


나는 바람 색이다

잔잔히 스치고 스며지는

격하게 흔들고 멀어지는

강하게 나부낄수록 합(合)이 되지 못할

어쩔 수 없는 평행선


A Parallel

        Lee, Eun-hee


Outside is colorless.

Unknown headaches

Are lingering for several months.

But I don’t know why.


Night is the color of desire.

Pretending the brightest splendor,

Decorating with addicted magnificence,

Shining more brightly in darkness

It goes out to blind the whole world.


You are the color of water.

Changing with everything you reflect

And in the end completely fading out,

A string of obsession

Driven into a sticky swamp over again.


I am the color of wind.

Passing and soaking softly,

Shaking passionately before going away,

The more fluttering, the less reunited,

The irresistible parallel.


인생은 늘 평행선입니다. 안과 밖이 그렇고 낮과 밤이 그렇습니다. 하나만 아주 조금 구부린다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테지만 굳이 자신의 앞만 보고 늘 평행입니다. 사랑과 증오가 그렇고 기쁨과 슬픔이 그렇습니다. 왜 그리 섞임을 두려워하는 건지. 그저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하는 헛된 희망만이 냉정한 두 줄의 흔적을 좇을 뿐이죠. 그래서 우리는 물이 되고 바람이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품고 흐르고 흐르지만 어느 곳에도 도달할 수 없는, 그래서 자취조차 남기지 못하는 영원한 평행선처럼...  


* 이 시는 이은희 시인이 2019년에 발표하고 2022년 4월 15일에 브런치에 올린 ‘평행선’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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