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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pr 26. 2022

꿈처럼 흘러간 구름

조지훈 : 파초우 (芭蕉雨)

파초우 (芭蕉雨)

             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촛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조 앉어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 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츰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A Plantain Rain


A wisp of cloud

Flowing lonely,

Where will you stop to rest

Tonight?


In the dusk when the coarse raindrops, 

Beat the leaves of a plantain,

I sit face to face with the mountain

With the window open.


With the sound of water

Happy to hear,

I never spend a day

Without missing the mountain.  


A cloud passing

My dream this morning,

Where will you stop to rest

Tonight?  


짙게 깔린 저녁 어스름 속, 파초 잎 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홀로 흐르던 한 줄기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요. 힘겨운 여정을 멈추고 어디에서 이 밤을 보내고 있을까요? 작은 내 방 창문을 여니 외로운 산이 저만치에 있습니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어둠에 물든 산을 바라보면 그 외로움이 나의 그리움으로 번져 가슴에 흐릅니다. 아 오늘 아침 가슴 설레던 그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요. 파초를 두드리던 빗줄기 속에 내 꿈과 함께 사라져 간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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