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흘러간 구름
조지훈 : 파초우 (芭蕉雨)
파초우 (芭蕉雨)
조지훈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촛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
마조 앉어라
들어도 싫지 않은
물 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츰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A Plantain Rain
A wisp of cloud
Flowing lonely,
Where will you stop to rest
Tonight?
In the dusk when the coarse raindrops,
Beat the leaves of a plantain,
I sit face to face with the mountain
With the window open.
With the sound of water
Happy to hear,
I never spend a day
Without missing the mountain.
A cloud passing
My dream this morning,
Where will you stop to rest
Tonight?
짙게 깔린 저녁 어스름 속, 파초 잎 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홀로 흐르던 한 줄기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요. 힘겨운 여정을 멈추고 어디에서 이 밤을 보내고 있을까요? 작은 내 방 창문을 여니 외로운 산이 저만치에 있습니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어둠에 물든 산을 바라보면 그 외로움이 나의 그리움으로 번져 가슴에 흐릅니다. 아 오늘 아침 가슴 설레던 그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요. 파초를 두드리던 빗줄기 속에 내 꿈과 함께 사라져 간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