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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이러니

이은희 : 아이러니 너

by 최용훈

아이러니 너

이은희


구역과 구토의 밤

가득 채워진 위장 속

게워내지 못한 욕심

움켜쥔 채 놓지 못한

작은 병 속에 캔디

달콤한 유혹을 버리지 않는 한

절대로 내 입 속에 들어올 리 없는

아이러니한 너

우리가 다시 만나 뜨겁게 타오를 수 없음은

이미 알던 팩트


꽉 막힌 구덩이 속으로

자꾸만 숨 막히게 밀어 넣는 너

너를 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절대로 놓을 수 없는 괴리 속에

언제나 서 있는 나


You, Irony

Lee Eun-hee


The night of nausea and disgust.

The avarice that is never thrown out

From a stomach fully packed out.

The candies in a little bottle

Grabbed but never taken out.

You, irony

That cannot possibly come into my mouth

Unless I am free from sweet temptation.

The already-known fact

That we will never be able to meet again to burn.


You, that continually push me into

A foul and stuffy hole,

I, who always stand there

In a gap between where I have to let you go

And where I can never let you go.


시인은 숨 가쁘게 세상의 모든 역설 속을 가로지른다. 꽉 차 버린 경멸과 모욕, 탐욕과 욕망을 게워내지 못한 채, 밀어 넣었던 손을 병 속에 담그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이러니한 너, 아이러니한 세상에 이미 너와 나는 없다. 황홀한 유혹에 빠져버린 나는 결코 너의 것이 될 수 없어, 다시는 뜨거워질 수 없는 아이러니. 숨 막히는 좁은 공간에 갇힌 나는 새처럼 목을 움츠리고 서있을 뿐이다. 아 보낼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벗어날 수도 뛰어들 수도 없는 세상의 모든 아이러니. 너와 나 하나 되었던, 이제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이 모든 순간이 아이러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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