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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y 29. 2022

봄이 봄이 아닌 것은

이창훈 : 봄날 

봄날 

        이창훈 


네 가슴 속

사람 하나 그리워 

새순 돋지 않는다면 


세상의 나무들 

가지 끝 봉오리마다

겨우내 기다린 기다림 맺혀도 


봄은 아니다 


네 가슴 속 

꽃 한 송이 피지 않는다면 

온 누리 풀꽃들 지천이어도 


봄은 아니다


이 봄날 

봄이 아니다   


A Spring Day 

          Lee, Chang-hoon 


If, in your heart,

A new shoot never comes out

When you miss someone,


Even when so many waits throughout the winter are formed 

On the buds of the branches

Of all the trees in the world 


Spring is yet to come.


If, in your heart,

A flower never blooms,

Even when wild flowers are everywhere in the world 


Spring is still to come. 


On this spring day,

Spring is never come. 


누가 그리움 없이 봄을 맞을 수 있을까. 누가 기다림 없이 봄을 맞을 수 있을까. 사랑도 희망도 찾을 수 없는 봄을 봄이라 할 수 있을까. 새순이 솟고 봉오리 맺혀도 햇빛처럼 빛나는 생명의 환희 없는 봄은 봄이 아니다. 내 마음의 겨울은 언제나 끝날 수 있을까. 언제 그 마음의 언덕에 이슬이 빛나고 꽃이 피어날 수 있을까.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난 풀꽃이 비바람에 고개 숙이는 것처럼 내 마음에 사랑의 꽃 피우지 못한다면 내 안 어디에서 봄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봄이 와도 봄은 아니니 마음의 겨울은 끝나지 않을 터인가. 오늘도 내 그리움과 기다림은 새순처럼, 봉오리처럼 봄의 은밀한 다가섬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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