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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01. 2022

오늘과 내일의 아포리즘

마광수 : 삶의 슬픔 

삶의 슬픔

         마광수 


옛날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소년은 ---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옛날에 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청년은 ---

내일이 오늘만큼은 되리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옛날에 한 중년 남자가 살았습니다

중년 남자는 ---

내일이 오늘만큼 못 될까 봐

걱정하며 살았습니다


옛날에 한 노인이 살았습니다

노인은 ---

오늘이 어제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Sorrow of Life 

            Ma, Kwang-soo 


Once upon a time there lived a boy.

The boy ---

Lived to think 

Tomorrow would be different from today. 


Once upon a time there lived a young man.

The young man ---

Lived to think 

Tomorrow would be as good as today.  


Once upon a time there lived a middle-aged man. 

The middle-aged man ---

Lived to worry 

Tomorrow would not be as good as tomorrow.


Once upon a time there lived an old man.

The old man ---

Lived to think 

Today is worse than tomorrow.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내일은 큰 관심거리입니다. 사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내일은 상상의 영역일 뿐이죠. 하지만 내일이 있기에 오늘이 조금 덜 힘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막연한 희망이었을 뿐이기 십상이지만 말입니다. 소년의 내일은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이고 바람입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것이 단지 꿈에 불과한 것을 깨닫게 되겠지요. 청년의 오늘 같은 내일은 벌써 꿈을 잃은 청춘의 첫 좌절입니다. 그리고 중년의 ‘그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길...’하는 탄식은 슬픈 절망이지요. 그리고 어제가 오늘보다 좋았다는 노년의 넋두리는 어제에 대한 왜곡된 기억이고, 그 기억은 그저 삶이 겪어야 할 슬픔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어느 순간에도 희망은 잘 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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