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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27. 2022

아름다운 사람

박두진 : 너는

너는

    박두진


눈물이 글성대면,

너는 물에 씻긴 흰 달.

달처럼 화안하게

내 앞에 떠서 오고,


마주 오며 웃음지면,

너는 아침 뜰 모란꽃,

모란처럼 활짝 펴

내게로 다가오고,


바닷가에 나가면,

너는 싸포오

푸를 듯이 맑은 눈 퍼져 내린 머리털

알 빛같이 흰 몸이 나를 부르고,

달아나며 달아나며 나를 부르고,


푸른 숲을 걸으면,

너는 하얀 깃 비둘기.

구구구 내 가슴에 파고들어 안긴다.

아가처럼 볼을 묻고 구구 안긴다.


You are

       Park, Doo-jin


When you tear up,

You are the white moon washed by water.

In the brilliant moonlight

You rise up before me.


When you come to me in smile,

You are a peony blossom in a morning yard.

In full bloom,

You near to me.


When you come to the beach,

You are a Sappho.

With your hair covered with bluish clear snow,

Your egg-white body calls me,

Calls me running and running away.


When you walk through a green forest,

You are a dove with white feathers.

Cooing softly, you are thrown into my breast.

With your cheek buried in me like a baby.  


시인의 기억 속 그 사람은 아름다웠군요. 눈물 속에서도 달처럼 밝게 떠오르고, 모란꽃 같은 미소를 지녔으니까요. 고대 그리스의 여성 시인 사포는 바위에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지요. 열 번째 시의 여신으로 불렸던 그녀의 정열과 비애가 눈 덮인 머리칼과 흰 몸으로 시인을 부릅니다. 잡을 수 없는 그녀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네요. 하지만 초록의 숲 속으로 날아온 흰 깃털의 그녀는 한 마리 새되어 시인의 가슴에 안깁니다. 아! 아름다운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습니다. 가냘픈 새처럼 내 품에서 속삭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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