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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년 병사를 위한 수로

박민희 : 어느 병사의 수로

by 최용훈

어느 병사의 수로

(도은트 병사를 기념하며)

박민희


먼 이국 땅

낯 선 나라에 와서

부모 형제에게

돌아갈 수 없었던

당신의 여정


17살

꽃다운 나이에

먼 이방 땅에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당신을

오래오래 기억하기 원합니다


당신을

먼 이국땅에 보내고

매일 마음 졸이며

이 땅을 바라보았을

부모님


자식을

군대에 보내본

부모로서

목이 멥니다


조국인

호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 땅에서


물이 되어 흐르고 있는

당신을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A Boy Soldier's Waterway

Park, Min-hee


(In memory of JP Daunt, an Australian soldier, who gave his life to the defence of South Korea from the Community invasion in 1950. He died on 6 November, 1951 at the age of 17)


Far far away from

Home,

Your journey

Of no return

To your people and land.


Seventeen years old,

In the prime of your life,

You

Sacrificed your life

For the people of a strange land.

I will remember you

Forever.


Sending you

To a foreign country,

Your parents

Had to wait in anxious suspense

For your return.


As a mother

Who has ever sent my son

Into the army,

I am choked with tears.


Never returning

To Australia,

Your country,

You have become water


Flowing through this land.

We shall never forget you

At all.


A thousand thanks

And thanks again

To you.


부산의 유엔 기념공원에는 작은 수로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듭니다. 그 좁은 물길은 6.25 전쟁 때 파병되어 한국에 온 17세 호주 소년 병사의 이름을 따라 도은트 수로(Daunt Waterway)라 불리지요. 무슨 일로 그 어린 소년이 타국의 전쟁에 참전해 그 귀한 목숨을 버려야 했을까요? 벌써 72년 전의 그 전쟁. 형제가 형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눴던 그 잔혹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모진 역사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새삼 그 전쟁을 위해 이 땅에 와서 젊은 청춘을 바쳤던 그들을 가슴 저리게 추억합니다. 이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비극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 한국 전쟁에 관한 수많은 시들 가운데 유독 이 시를 읽는 것은 오늘날 점차 퇴색해가는 인류애라는 이상을 다시 떠올려 다짐하는 까닭입니다. 위의 영문은 브런치 작가 박민희 님의 2022년 1월 10일 자 시를 영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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