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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n 22. 2022

세월에 꿈을 담그다

조병화 : 내일 

내일 

        조병화


걸어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날개로 다는 날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었습니다.


꿈으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세월이 있었습니다.


아, 나의 세월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었습니다.


Tomorrow 

         Cho, Byong-hwa 


Where I could walk no farther,

There was the sea. 


Where I could fly, with my wings, no higher,

There was the sky. 


Where I could come, with my dream, no nearer,

There were those years passing by.


Where I could go, with my years, no longer,

There was another day.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걸어도 바다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하늘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꿈꾸어도 세월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세월은 나를 꿈속에 가둬두고 홀로 저만치 가있었습니다. 하지만 삶은 역설이었던가요. 마지막 순간 바다를 보고, 하늘을 날고, 꿈속에 세월을 담글 수 있을 테지요. 비록 세월의 끝자락에 마주치지 못할 내일이 있다 하여도 그날을 기다릴 수는 있을 겁니다.


안성에 있는 조병화 시인의 문학관에 들러 벽에 걸린 시 한 편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내일’이라는 제목의 그 시는 편운제(片雲齊) 글방에서 쓴 그의 글씨와 함께 나무토막에 새겨져 있었지요. 시인의 숨결과 그의 삶에 대한 관조(觀照)를 엿본 후학의 뒤늦은 깨달음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조병화 문학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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