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노래
홍윤숙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달빛도 기울어진 산마루에
낙엽이 우수수 흩어지는데
산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내 잊지 않으마
언젠가 그 밤도 오늘 밤과 꼭 같은
달밤이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어지고
하늘의 별들이 길을 잃은 밤
너는 별을 가리켜 영원을 말하고
나는 검은 머리 베어 목숨처럼 바친
그리움이 있었다 혁명이 있었다
몇 해가 지났다
자벌레처럼 싫증난 너의 찌푸린 이맛살은
또 하나의 하늘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는 것이었고
나는 나대로 송피처럼 무딘 껍질 밑에
무수한 혈흔을 남겨야 할 아픔에
견디었다
오늘 밤 이제 온전히 달이 기울고
아침이 밝기 전에 가야 한다는 너..
우리들이 부르던 노래 사랑하던 노래를
다시 한번 부르자
희뿌여히 아침이 다가오는 소리
닭이 울면 이 밤도 사라지려니
어서 저 기울어진 달빛 그늘로
너와 나 낙엽을 밟으며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Song of Fallen Leaves
Hong, Yoon-sook
Let us part. Let us part in silence.
At the crest where the moonlight is getting dimmer,
The fallen leaves scatter in the wind.
Your long shadow, which is going away over the mountain,
I shall never forget your sad one.
The night long ago was full of the moonlight
Just like tonight,
When the wind blew, the leaves rustled down
And the stars in the sky were lost.
Pointing to the stars, you talked about eternity.
I had an irresistible yearning like a revolution
For which I would willingly risk my life by cutting my black hair.
A few years have passed.
Your frowned forehead like a looper
Signifies your inexorable leaving
For another sky.
For my part, I had to bear,
Leaving so many bloody traces under my skin dull like a pine bark,
Such great suffering.
Tonight when the moon has already waned,
You are about to leave me before the dawn..
Now let us sing again the song of love
We sang together.
The sound of the foggy morning coming nearer.
When cocks crow, the night would disappear.
Come to that leaning shadow of the moon.
By treading down the fallen leaves,
Let us part, let us part in silence.
사랑하는 그 사람이 떠난다고 합니다. 그렇듯 영원을 이야기해놓고 이제 떠난다고 합니다. 함께 사랑을 말하고, 노래하던 그 밤도 오늘 밤처럼 달빛이 내리고 있었죠. 예감이었을까요? 바람 불고, 낙엽 지고, 별 마저 길을 잃은 밤, 나는 여전히 목숨과도 같은 그리움에 빠져있었죠. 내 모든 것을 바꾸어버릴 혁명 같은 그리움. 하지만 이제 당신은 다른 하늘을 찾아가려 합니다. 날이 밝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합니다. 다잡은 마음에서 피가 흐르듯 아픔이 느껴졌지요. 그래도 참아야 했습니다. 한 번 더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당신을 보내야 합니다. 다시 달그림자 아래 낙엽을 밟으며 당신과 이별해야 합니다. 그만 말없이 헤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