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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Mar 22. 2023

대가(代價) 없는 유죄

노아 : 무죄

무죄(無罪)

             노아


카프카의 변신은 무죄였다

벌레가 된 사람은 외롭고 두려웠지만

그저 남들의 눈에 추하고 끔찍하게 보였을 뿐이다.

누가 세상의 죄를 논하는가!

어차피 치유될 수 없는 죄의 상처는 무죄이다.

오지만디아스에서 티무르까지,

나폴레옹에서 히틀러까지

허물어진 그들의 석상은 무죄이다.

세월은 흐르고

모든 것은 잊히는데

누가 죄의 무게를 잴 수 있을 것인가?

하늘의 구름이 시시때때로

그 색채를 바꾸듯이

세상의 진리조차 어찌 그대로일까.

고골의 외투를 빼앗은 세상이

나쁜 것일까?

빼앗긴 외투를 누가 입은들

사람들은 관심이나 갖을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무죄로 선언한 사람들은 유죄이다.

얕은 지혜의 망설임이

너무도 죄스러운 나는 유죄이다.  


Not Guilty

     Noh Ah


Kafka’s ‘Metamorphosis’ was innocent.

He, who was transformed into a worm, was lonely and scared,

But, to the eyes of others, he was just dirty and terrible.

Who can say of the sins of the world!

Anyhow, the incurable scars of a sin are not guilty.

From Ozymandias to Timur,

From Napoleon to Hitler,

Their broken wrecks are innocent.  

Time flies. 

Everything is forgotten.

Who can measure the weight of a sin?

As the clouds of the sky change their colors from time to time,

The worldly truths can hardly remain as they were.

Is the world who robbed Gogol’s coat

Guilty?

Are people interested who will wear  

The stolen coat?

But those who declared them all innocent are guilty.

I, really  sorry for the hesitation of shallow wisdom, 

Am guilty.


죄의식은 우리를 너무도 초라하게 만듭니다. 서양 사람들은 아예 ‘원죄’(原罪)를 얘기합니다. 아담과 이브가 지은 죄를 인류 전체가 문신처럼 지니고 살아야 한답니다. 모든 것이 ‘내 탓이고’,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어디선가 당연했던 많은 것들이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단죄(斷罪) 받기 일쑤이니까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얕은 지식과 모자란 지혜로 세상을 말하고 죄를 논하기도 합니다. 참 우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죄입니다. 대가도 치르지 않는 유죄의 형(刑)을 받았습니다. 속죄와 회개가 죄의 대가라면 언제든 달게 받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의 죄는 용서하려 합니다. 그것이 저의 속죄입니다. 하지만 카프카의 ‘변신’은 분명 무죄라 믿고 싶습니다. 벌레가 되고 싶어 된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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