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Mar 12. 2023

고요가 내 마음속에 있기를!

박후식 : 고요 

고요

     박후식


그것은 옥색 하늘이거나

목이 긴 항아리이다

창밖에 서성이는 달빛 소리다

옷깃 여미는 소리다

때로는 오죽을 바라보며 난을 치거나

산상(山上)에 기우는 달빛을

수틀에 담는 여인이다

고요의 바다다


Silence 

       Park, Hoo-sik 


It is a jade green sky,

Or a long-necked jar,

Or the sound of the moonlight drifting outside the window,

Or of someone adjusting his or her clothes.

Often it is a woman, 

Who, looking at black bamboos, draws an orchid,

Or brings the moonlight leaning to the mountaintop 

In her embroidery frame. 

It is the sea of silence.   


고요는 마음에 있습니다. 옥색 하늘을 바라보며 그 좋았던 날들을 그려보는 마음에 있습니다. 한 밤 달빛의 창문 두드리는 소리, 누군가 가만히 옷깃을 여미는 소리는 고요입니다. 그런 그리움과 절절함에 고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난을 치는 한 여인의 파리한 손등, 수놓는 그녀의 여린 손가락의 움직임은 고요입니다. 그런 순수함과 간절한 기다림에 고요가 있습니다. 먼 산 하늘 위로 지는 달빛이 그 여인의 가슴에 어릴 때 세상은 온통 고요의 바다입니다. 아! 그 평화로운 고요가 지금 내 가슴에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