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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무하 Aug 18. 2024

신파를 찍다

치매 어머니의 모성애

며칠 동안 음식을 넘기지 못하던 노모(老母)는

결국 의식을 잃고 가까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신우신염으로 시작되어

염증이 온몸에 퍼지고,

혈압은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고,

심장 기능까지 문제를 일으켜

심장 전문의가 있는 큰 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정밀 검사가 진행되었고, 결국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치료를 받고 의식을 차린 어머니는

집에 가서 식구들 밥 해줘야 한다고 떼를 쓰고,

주삿바늘을 자꾸 빼려 해서

결국 사지를 침대 난간에 묶인 채 일주일을 보다.


중환자실의 면회 시간은 7시 30분에서 50분까지 하루 한 번.

20분 정도 허락된 면회시간에

뼈만 남은 노모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왔니? 밥은 먹었니? 배고프겠다.

내가 얼른 가서 밥 차려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꼼짝도 할 수 없이 묶여있는 어머니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한 말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창피함이 나의 슬픔을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어머니의 묶인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


신파를 찍었다.




어머니의 기억은 50, 60년 전 배고프고 가난하던 시절로 소환되어 버렸다.


가난하던 시절 어린 자식들 따뜻한 밥 해 먹이는 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의무이고 또 기쁨이었다.


뒤죽박죽되어 버린 어머니의 뇌세포는

이제 모성애만 남기고 다 사라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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