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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사 자유 Mar 08. 2023

사례관리의 핵심

마음의 잔잔한 깨달음을 느끼다


B 엄마는 문제 호소가 많은 집으로 그 집을 갔다 하면 기본 2시간은 소요됐다. 1을 질문하면 어느새 1에 대한 어원까지 설명 듣는 느낌이랄까? B 엄마는 늘 할 말도 많았고 해야 할 말도 넘쳤다.


오늘도 B 엄마의 문 앞에 서서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그녀의 말로부터 저를 지켜주세요 하나님!' 이번에는 또 어떻게 말을 끊어야 할지 시작부터 걱정이 한 상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B 엄마는 좀 달랐다. 그녀는 최근에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아이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늘 터질듯했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 한 풀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늘 남을 비난하고 신세한탄만 하던 B 엄마가 딸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고 우리가 하는 말에 제법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 나는 머릿속이 반짝! 이는 느낌이었다.


사례관리 일을 하면서 임마워먼트, 강점관점을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었다. 정작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오늘 어렴풋이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믿음"이었다. 그들이 잘 살고 있음을 기억하는 믿음, 말이다. 물론 그들은 어떠한 문제로, 또 국가의 결정에 의해 관리받고 있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잘 살고 있음을 믿는 것이 사례관리의 핵심 아닐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가 특별히 도움을 주지 않아도, 그들의 항상성을 깨트리지 않더라도, 그들 스스로 레질리언스 할 수 있게 길을 틔어줄 수 있는 것 같아 감격했다.


집을 나와 회사로 복귀하면서 그동안 B 엄마를 바라보았던 나의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프레임으로 대상자들을 보아야겠음을 결심했다.


아주 귀한 깨달음을 얻은 B 엄마와의 만남은 한동안 내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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