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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사 자유 Jul 13. 2022

감사한 어머님께

c엄마를 생각하며..

 c엄마를 처음 만난 건 으레 하던 신규인테이크 때였다. 반지하에 살고 있던 어머님은 우리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찍이 현관문도 열어두고 환기도 시키며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얀 피부에 작은 체구를 가졌던 c엄마는 눈가가 촉촉한 사람이었다. 나는 c엄마가 특별히 안과질환이 있어서 눈가가 촉촉한 것이 아님을 처음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애먼 질문에 눈물을 좌르르 흘리는, 나처럼 마음이 아파보았거나 아팠던 사람에 가까웠다.


 그녀는 아이 둘을 홀로 키우며 힘들게 지내고 있었지만 늘 우리를 대할 때 공손했고 상냥했다. 나는 그런 c엄마가 좀 더 세상을 나쁘게 살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너무 착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너무 힘든 세상이기 때문이었다.  c엄마는 잠깐 나의 관리 대상이었지만 권역이 바뀌면서 다른 선생님의 관리를 받게 되었는데 c엄마는 나를 만날 때마다 반색을 해주고 내게 관심을 표현해주었기에 나는 c엄마가 좋았고 한편으로는 늘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그게 언제였더라.. 내가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배는 불러오는데 집안에 문제가 생겨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던 시기였다.  후원 물품을 수령하러 온 c엄마가 시무룩한 내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나를 바라보았는데, c엄마를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눈빛이었어서, 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기실 전문적인 관계로 묶여 있기에 그동안 c엄마와 나누는 이야기는 모두 정해진 질문이 있었고 형식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는 누구보다 인간대 인간으로 대화를 했고 무엇보다 c엄마가 인생선배로서 내게 친동생 대하듯이 애정의 말과 용기를 주는 많은 말을 해주셨다.


 그동안 나는 내가 늘 c엄마를 돕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c엄마와 이야기하고 나서 나는 펑펑 울었다. 기실 내가 더 많이 받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함을 느꼈고 나를 신경 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데 삶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c엄마는 내가 출산할 즈음 아이를 낳고 쓰라고 내게 아이 로션을 사다 주었다. c엄마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원칙적으로는 받을 수 없는 선물이었지만 나는 기실 그 엄마에게 받은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커서 그 감동에 압도되어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해졌던 것 같다.


 첫 아이가 우리 대상자에서 연령 도래 종결을 하고 둘째 아이도 종결을 앞둬가던 즈음 c엄마와 다시 통화할 일이 생겼다. 수화기 너머로는 늘 그랬듯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c엄마가 보이는 듯했다. c엄마는 늘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본인도 힘들었던 삶을 살았고 살아오면서 우리 기관을 통해 받았던 도움에 고마웠다고 말했다.


 나는 정말 c엄마에게 해준 것이 없는데.. 누구보다 꽉 찬 애정과 응원을 c엄마에게 받았었기에 나는 여전히 c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어머니, 너무 감사한 어머님.. 제가 개인적인 일로 힘들고 지쳤을 때, 제 표정만 보고도 제 어려운 마음을 헤아려주셨던 그 기억이.. 제겐 너무나 큰 힘과 삶을 살아갈 수 있던 용기가 되었어요. 이제는 볼 수 없지만.. 가끔 생각해요. 어머님이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삶의 태도를 통해 제가 더 많이 배웠고 더 큰 사랑을 받아 감사했고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할게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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