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의 이야기 Day7
자가격리 마지막 날
오늘은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다.
출근하는 날에는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7시 조금 넘어서 눈을 뜨는데, 참 신기하게도 격리기간에는 눈이 늦게 떠졌다.
오늘은 뭔가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었다. 조금 더 누워서 밍기적거리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을 이것저것 좀 봤다. 격리기간 동안 제일 많이 본 영상은 제시의 Zoom 무대이다. 통통 튀는 멜로디와 춤에서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오늘 아침밥은 건너뛰었다.
점심은 격리 마지막 날을 기념하여 배달음식을 시켰다. 친구가 격리기간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확찐자 되라고 보내준 배민 쿠폰을 사용했다. 참 고마운 친구이다.
점심 메뉴는 햄버거이다.
햄버거와 밀크쉐이크, 감튀, 양튀를 시켰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역시 햄버거와 감튀에 밀크쉐이크는 최고의 조합이다. 양파튀김은 엄청 바삭바삭했다. 이런,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
Tmi를 또 풀어보자면, 나의 인생 햄버거는 2013년도에 워싱턴에 있는 BTS에서 먹었던 햄버거이다. 가게 이름이 Burger Tap & Shake인데 줄여서 BTS이다. 진짜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 쉑쉑버거, 인앤아웃, 파이브가이즈,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다 먹어 봤지만, 나는 BTS가 제일 맛있었다.
그제 주문했던 유화그리기 세트가 도착했다. 회사 동기언니가 격리기간에 유화그리기를 했다고 한 게 생각나서 나도 한번 주문해봤다.
사이즈를 제대로 안 보고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컸다. 그런데 이거 너무 재밌다. 이게 이렇게나 재밌는 건지 몰랐다. 한번 붓을 드니 멈출 수가 없다.
색칠하다 보니 제주도에 놀러 간 친구가 영상통화를 걸어 제주도 바다를 보여주었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푸른 바다가 아주 멋있었다. 친구가 격리생활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격리생활이 아주 만족스러워서 프리랜서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하니 친구가 넌 그냥 프리해지고 싶은거 아니냐고 했다. 맞는 말이다. 라임을 활용하는 친구의 입담에 감탄했다.
유화그리기를 하다 보니 검지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어서 무려 8시간 동안 붓을 잡고 그림을 색칠했다. 재즈 피아노 연주를 틀어 놓고 커피도 마시면서 색칠하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디즈니월드 firework 노래였던 wishes도 들었다. 이 노래는 들을 때 마다 뭔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낀다. 저녁밥은 색칠하면서 시리얼로 간단하게 먹었다.
그런데 이거 원래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지 내가 느린 건지 모르겠지만 장장 8시간 동안 색칠한 게 이 정도이다. 오늘은 이거 색칠하다가 아주 늦게 잘 것 같다.
색칠하다가 손을 좀 쉬게 해주고 싶어서 엑스바이크도 조금 탔다.
격리 해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행히 오늘까지도 코로나 증상은 없었다.
브런치에 격리 이야기를 쓰게 된 건 격리기간을 그냥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일 글을 쓰면 뭐라도 쓰기 위해서 뭐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격리기간을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이번 격리를 통해 난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또 깨달았다. 그리고 일주일 격리는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 난 한 달 격리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 격리한다면 아마 50만 원짜리 레고부터 살 것 같다.
격리 해제 1분 전 카운트다운이다.
12시 넘으면 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것이다.
---------7일간의 격리생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