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진자의 격리 해제 다음날 이야기
일상으로 복귀
격리 해제를 한껏 만끽하기 위해 7월 26일 24시가 지나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린 후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들어왔다. 살랑살랑 부는 새벽바람이 격리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세상에 다시 나온 나를 환영해주었다.
격리해제 기념 새벽 산책아침에 눈을 뜨니 7시다. 원래 6시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했었는데 격리기간 동안 밤낮없이 잠을 자서 패턴이 망가졌다. 어제도 늦게까지 뒤척이다가 2시쯤에 잠들었다. 몸이 무거웠다.
출근하려고 오랜만에 운전을 하니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몸 상태는 가래가 조금 끼고 말할 때 목소리가 약간 앵앵거렸다. 아직 몸이 100% 회복되진 않은 것 같다.
회사에 가니 옆자리 과장님도 확진되셔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 격리 들어가셨다고 한다. 과장님이랑은 서로 교육과 휴가 등으로 얼굴을 못 뵌 지 2주가 넘어서 나로 인한 확진은 아닐 것이다.
내가 확진되었을 때 나와 접촉했던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감염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가족, 친구 등 나와 접촉한 사람 중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라고 작성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와 같이 뷔페를 갔던 친구가 확진되었다고 했다. 그 뷔페에 일회용 비닐장갑이 있긴 했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빈 그릇을 치우러 돌아다니는 로봇의 버튼을 여러 사람이 누르고, 로봇은 타액이 묻은 접시를 싣고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바이러스가 퍼진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당분간 뷔페는 가지 않아야겠다. 뷔페를 가자고 내가 친구에게 제안했기 때문에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는 격리로 출근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다.***
기침은 며칠 전에 멎었는데, 회사에 와서 나의 자리에 착석하니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갑자기 기침이 미칠 듯이 나왔다. 집에 다시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기침이 멎어서 업무를 이어갔다.
넷플릭스, 유튜브 영상을 보며 마냥 수용적으로 지냈던 뇌로 오래간만에 일을 하려니 두뇌 회전이 잘 되지 않았다. 공부와 독서를 통해 뇌를 좀 깨워야겠다.
점심으로는 커리를 시켜서 자리에서 먹었다. 그런데 격리 기간 동안 위가 좀 줄었는지 많이 남겼다. 격리 기간 동안 아침에 눈뜨자마자 몸무게부터 쟀는데 결론적으로 1킬로가 빠지긴 했다. 웃긴 건 이게 처음 잰 몸무게와 마지막으로 잰 몸무게의 차이분이고, 그 사이의 나날들은 계속 같은 몸무게를 유지했다.
점심으로 먹은 커리, 얼마 먹지 못하고 다 남긴...집에서 넷플릭스 볼 때도 시간이 엄청 빨리 갔는데, 회사에 출근한 오늘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서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격리 해제 후 첫날이기 때문에 추가 동선을 만들지 않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할 때 집에 가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행복했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었다. 역시 행복지수가 상승하는 맛이다. 그리고 어제 주문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먹었다. 발사믹 소스를 뿌려 먹으니 맛있었다.
격리 기간 동안 읽고 싶은 책 스크린샷 해놓은 게 있었는데 회사 도서관에서 그중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이소은의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이다.
가수이자 변호사인 이소은의 에세이유퀴즈나 TV 방송에서 접했던 이소은은 진짜 열심히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나는 게으르게 살고 있지만 열심히 사는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쓴 자서전 성격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 나와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몇십 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를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가성비 측면에서 완전 이득이다. '내일은 조금 더 부지런하게, 열정적으로 살아야지'하고 다짐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은 인용한 문장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어디 책에 나온 좋은 문구 같은) 읽다가 간혹 나오면 인상 깊은데, 책을 읽다 보면 한 장 걸러서 또 나오고 이런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서 이 책에 나온 인용 문장의 개수를 다 세어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이소은이 이런 좋은 글귀를 통해 감명을 받고 그것들을 모토로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많이 들어간 것 같긴 한데, 이소은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나로서는 약간 아쉬웠다.
TMI로 나는 이소은 노래 중에 욕심쟁이를 엄청 좋아했다. 그런데 내가 부르기에는 노래가 너무 높다. 그런데 노래는 정말 좋다.
나는 지금의 나로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인생을 30년 넘게 살아보니 드는 생각은 '인생은 멘탈관리'라는 것이다. 난 지금의 나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청난 노력을 할 것도 아니고 그럴 체력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럼 생각을 바꿔 나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똑같이 살 건데 내가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고 넓은 아량으로 내 자신을 품어주는 것이다.
다만, 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긴 하다. 지금 8월에 자격증 시험을 두 개나 등록해놨는데 공부는 하나도 안 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딴다고 해서 어디 쓸모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 공부를 하고 싶어서 등록을 했다. 영어학원도 다니고 있고 다음 주부터는 PT를 시작한다.
일단 여기에 자격증 시험 등록을 했다고 적었으니 이 글을 쓰고나서부터 공부를 시작해봐야겠다.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자축글을 쓰고 취득하지 못하면 조용히 있어야겠다.
이상 자가격리를 하며 나태한 나날을 보내다 일상으로 복귀한 사람이 기존에 벌려놓은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발버둥 치며 다짐하는 글을 마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