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국 대학 생활

by 올라켈리

델라웨어 주립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3주간 우리학교 학생 4명과 우리나라의 다른 학교에서 온 8명의 학생들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4명의 학생들 학교 근처의 Super8 숙소에서 머물며 학교 생활을 함께하 되었다.


학교로 가는 셔틀버스가 매일 아침 8시에 숙소로 왔다. 학교에 도착하면 먼저 카페테리아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평일에는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학교의 카페테리아에서 먹었다. 뷔페식이었고 피자, 치킨, 파스타, 샐러드, 감자튀김, 오믈렛, 샌드위치, 과일, 와플, 시리얼 등 음식 종류가 엄청 많았다. 조리된 음식들은 대부분 기름지고 짰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델라웨어 주립대 카페테리아 음식

오전에는 국제경영학 과목을, 오후에는 기업가정신 과목을 수강했다. 교수님들께서 우리를 배려하신 건지 천천히 말씀해주셔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내 전공과목들이었기 때문에 기초 지식이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학교 시설은 정말 좋았다. 내가 가장 좋아한 곳은 체육관이었는데 엄청 크고, 운동기구도 많았고, 심지어 실내 체육관인데도 달릴 수 있는 트랙이 있었다. 학교 내의 화장실은 칸마다 안에 있는 사람의 발이 훤히 다 보이는 구조였는데 이 점은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나는 학교 이름이 새겨진 후드티를 사서 입고 캠퍼스를 누비며 미국 대학 생활을 만끽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동생과 캠퍼스 내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흑인 친구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이름은 알렉스이고 나이는 19살이며 현재 식당에서 일하고 있고 나중에 경찰 또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알렉스가 갑자기 가방에서 흰 박스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흰 종이에 싸인 무언가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제 큰일 났다 우리에게 마약을 주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미국에 간지 2주밖에 안됐는데 이렇게 어마 무시한 일이 생기다니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그런데 그 친구가 꺼내서 펼친 건 바로 식당에서 조리할 때 머리에 쓰는 머리망(hairnet)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써보라고 했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그리고 나는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머리망을 썼고, 그 친구는 나의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갔다. 나는 절대로 내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알렉스는 우리에게 연락하고 지내자며 SNS 아이디를 물어봤다. 그런데 나는 난데없이 우리에게 다가온 처음 보는 사람인만큼 경계 태세를 갖추고 SNS는 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알렉스와의 만남은 끝난 줄 알았으나, 나중에 학교 건물에서 계단에 있는 알렉스를 멀리서 보게 되었다. 나는 일부러 피하려고 길을 돌아갔는데 어떻게 나를 봤는지 어느새 내 근처로 와서 나를 불렀다. 그리고 당시 감기에 걸려서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나에게 목소리가 왜 그러냐며 빨리 나으라고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알렉스는 또 나에게 연락할 수 있는 메신저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당시 페이스북 계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리안 메신저 밖에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후 알렉스와는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았다.


방과 후에는 숙소에서 과제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가끔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몰에서 쇼핑도 하며(참고로 델라웨어는 택스가 안 붙는 곳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초반에는 시차 적응을 잘 못해서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체리를 먹고 다시 잠드는 날이 많았는데, 체리가 정말 맛있어서 그 시간조차도 행복했다. 이 곳에서 3주 밖에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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