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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Nov 08. 2022

4살 조카의 브이

나의 4살 조카는 사진 찍을 때 브이를 하라고 하면 엄지손가락만 접고 나머지 네개는 편다.

4살이라 그렇게 하는건지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4살은 아직 손가락 두개만 펴는게 어려운가?라고 생각하고 다음번에 사진 찍을 때는 두개만 펴보라고 해야겠다고 생각다.


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조카의 브이는 틀린 브이라고 생각하고, 옳은 브이를 알려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사실 사진 찍을 때 손가락을 두개 펴든 네개 펴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하고 싶은 포즈로 찍으면 되는거지...


지난 주말 빨간모자 공연을 보고 온 조카의 사진을 보고 나는 아이의 눈높이가 아닌 어른의 눈높이에서 조카를 바라봤구나 싶었다.


조카와 같이 사진을 찍은 빨간모자 배우분이 브이가 아닌 조카랑 똑같이 손가락 네개를 펴고 사진을 찍으신 것을 보고, 이분은 다르다! 아이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는 분이다! 라고 생각하고, 나도 나중에 조카랑 똑같이 손가락 네개를 펴고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엔 손가락 네개를 펴고 사진을 찍던 4살 조카의 모습이 그리울 때가 올 것이다.


지금도 조카가 더 어릴 때 하던 행동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아쉬워하고 있다.


요즘엔 말을 너무 잘해서 깜짝깜짝 놀란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만 조카가 책을 읽으려고 자리를 잡더니 "어디 보자" 이러면서 책을 넘기는 것이다. 너무 웃겼다. 이런 추임새스러운 말도 이젠 자연스럽게 한다.


이런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 잊지 않고 간직하려고 이렇게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있다.


#번외

오랜만에 만난 4살 조카한테 한번 물어보았다.

"채니는 왜 사진 찍을 때 손가락 개 안펴고 네개 펴는거야?" 라고 물어보니까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나 그거 못해" 라고 하면서 손가락 네개를 펴더니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접으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그게 안되는 것이었다.

이런 조카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검지손가락 하나만 펴는 건 잘 되는데 검지랑 중지를 같이 펴는 건 아직 어려운가 보다.✌


그런데 내가 조카에게 괜히 물어봤나 보다.

그 이후 어린이집 행사가 있어서 내가 구경하러 갔는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조카가 힘겹게 손가락 브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카에게 손가락 네개 펴도 괜찮아~! 라고 말했다.


+ 추가 이야기

조카가 손가락 두개 펴는 브이를 하려고 애쓰는 저 사진을 찍은지 일주일이 지난 후 언니가 사진을 보내줬는데, 글쎄 조카가 손가락 두개 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깜짝놀랐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금방 크는 것 같다. 벌써 손가락 네개 브이를 하던 조카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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