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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Nov 13. 2022

4살 조카가 나에게 하는 말

나의 4살 조카는 말이 빠른 편이다.

지금은 39개월인데 주어,  동사, 목적어가 갖춰진 완벽한 문장을 구사한다. 그리고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얼마 전에는 같이 재밌게 놀다가 "이모 이제 친구들 만나러 가야 해"라고 말하자 "아쉽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조카가 아쉽다고 말하는 것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조카는 더 어릴 적부터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 적절한 문장을 잘 사용했는데, 예를 들면 내가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말하면 조카는 백설공주! 그런데 이모가 백설공주야!(대충 나 예쁘다는 뜻)라고 했다.


나는 대전에 살고 조카는 광주에 살기 때문에 조카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면 전화 통화를 했다. 조카가 30개월쯤 됐을 때는 내가 전화 걸 때마다 채니! 이모가 채니 보고 싶었어!라고 말을 했었다. 그런데 조카가 31개월이 되었을 때, 어느 날 조카가 전화를 받자마자 이모!!! 보. 고. 싶. 었. 어!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와서 진짜 눈물 날 뻔했다.


요즘에는 전화하면 이모 지금 어디야?라고 물어보고 내가 뭐 하고 있었냐고 물어보면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었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내가 이모도 채니랑 같이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다!라고 말하면 이모! 여기 오면 되잖아! 여기 오면 나랑 마음껏 놀 수 있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나한테 이모 처음부터 여기 안 왔잖아!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참 신선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채니는 가끔 있는 힘껏 소리쳐 말할 때가 있다. 내가 본인과 놀다가 본인에게 집중하지 않을 때  주로 그러는데, 귀청이 울릴 정도로 크게 말해서 내가 채니! 도둑이 들을 수도 있으니까 작게 말해야 해!(요즘 도둑잡기 놀이에 빠져 있다.) 또는 채니! 이모 너무 시끄러운데~!라고 말하면 갑자기 목소리를 작게 해서 말한다. 내 말을 수용해서 행동을 바꾸는 모습이 신기했다.


요즘은 슈퍼 놀이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나는 천오백십 원이요! 하고 조카는 장난감 돈을 가지고 와서 음 이거예요? 하면서 천오백십 원을 계산한다.(물론 내가 뭐 내야 하는지 모양과 크기로 힌트를 준다.)


가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내가 모르는 캐릭터가 있을 때면 나는 채니! 이건 누구야? 라고 물어보는데 가끔 채니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채니는 몰라! 이모가 핸드폰으로 찾아서 알려줄래? 라고 말한다.


내 핸드폰 잠금화면 사진은 언제부턴가 조카 사진이다. 조카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누구지?라고 물어보면 조카는 이모가 좋아하는 채니!라고 대답한다. 조카는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나 보다.


오랜만에 조카를 만날 때면 조카는 방방 뛰면서 이모! 이모! 이모! 를 외친다. 그럼 나도 같이 방방 뛰면서 채니! 채니! 채니! 를 외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우리 채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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