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델라웨어 생활이 끝났다. 마지막 수업 날 친구 한 명은 교수님께 'Have a good life'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 당시에는 학생이 교수님께 인생 잘 사시라고 말하는 게 너무 웃겨서 마냥 깔깔깔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아쉬움과 슬픔이 진하게 묻어 있는 유효기한이 long-term인 인사였던 것 같다.
2013년 8월 12일,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디즈니월드가 있는 올랜도로 갔다. 먼저 기숙사를 배정받았다. 디즈니월드에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College Program으로 일하러 온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총 4곳이 있다. 기숙사 이름은 그리핀도르, 슬리데린...(해리포터에 나온 호그와트 마법학교 기숙사 이름이다.)이 아니고 비스타 웨이, 채덤 스퀘어, 패터슨 코트, 커먼스이다. 나는 이 중에서 비스타 웨이 6인실에 배정되었다. 비록 내가 신청한 기숙사는 아니었지만(사실 비스타 웨이는 가장 노후되었다고 들어서 마음속 4순위였다.) 막상 가보니 아주 멋있는 미국식 집이었다. 우리 집에는 나를 포함해 한국인 3명, 일본인 1명, 중국인 2명 이렇게 6명이 함께 살게 되었고, 나는 한국인 언니와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이왕 미국에 간 거 영어 실력을 바짝 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인 룸메를 기대했지만, 사실 집에 도착했을 때 나보다 먼저 와있던 한국인들을 보고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살았던 비스타 웨이 기숙사 23동
짐을 풀고 난 후 기숙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월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 왔다. 여기에 있는 동안 디즈니 분위기를 물씬 느끼기 위해 디즈니 공주 이불도 고르고, 밥솥이랑 쌀, 드라이기, 달걀, 과일, 요거트 등 생각나는 대로 보이는 대로 카트에 담다 보니 들고 갈 짐의 부피와 무게가 어마어마해졌다. 끙끙대며 기숙사까지 힘들게 들고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웃긴 건 나는 바로 다음 날에 세제 등 필요한 물품을 사러 월마트에 또 갔다.(그날 그렇게 들고 가지 못할 정도로 물건을 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월마트에서 사 온 전기밥솥과 쌀
그 다음 날 월마트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릴 때 배가 고파서 자판기에서 땅콩을 뽑아 먹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내 또래의 여자분이 나에게 오더니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어봐서 나는 자판기에 정신이 팔린 채 "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경훈이 누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 동생 이름이 경훈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바로 동생 학교 선배였다. 내가 동생이랑 엄청 닮아서 한눈에 알아봤나 보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 있을 때 어느 날 동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자기 학교 선배도 나랑 같은 기간에 디즈니 인턴을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나는 당시 "디즈니월드가 얼마나 큰데 같은 기간에 인턴을 해도 만나지 못할걸?"이라고 무심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웬걸, 디즈니월드에 온 지 이틀만에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What a small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