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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May 14. 2024

[ep.09] 사리아에서 포르토마린(2)

(2024/5/3) 목적지가 있기에 나는 계속 걷는다

사리아에서 포르토마린까지는

23km 거리이다.

포르토마린를 목적지를 삼고 출발하여

가방이 무거워도 발이 아파도

계속 걸으며 문득, 인생에 있어서도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

내가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

인생의 방향성을 잃어버린 요즘의 나에게는

어떠한 큰 깨달음으로 와닿았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여러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와 동키 등

걸으면서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게 신기했고,

눈이 즐거웠다.

동물들은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풀 뜯어 먹기바빠서

혹시 사람을 위협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빨간색 바람막이를 입은

동양인이 나에게 말을 건다.

Buen Camino!

Where are you from?을 시작으로

같이 걸으며 대화를 했다.

그분은 대만에서 온 짱쭈리

자기 딸 나이가 내 나이랑 비슷하다고

내가 마치 딸 같다고 했다.

그분은 친구 2명이랑 해서 3명이서 걷는데

친구들은 앞에 먼저 갔다고 했다.

나는 작년에 대만 여행을 다녀왔어서

어디어디 다녀왔는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예스진지 다녀왔다고 하니

짱쭈리는 예스진지가 뭔지 몰랐다.

한국인들만 이렇게 말하는건가?

(예스진지 : 대만 투어코스 4곳의 첫글자)

대만에서 온 짱쭈리와 셀카 한컷 찰칵

까미노에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이다.

우리는 약 30분간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짱쭈리는 나와의 대화를 마치고

앞에 가던 미국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 미국인 일행은 나와 마드리드에서

사리아로 가는 기차와 버스를 같이 탄

일행이었는데,

할아버지, 딸, 손녀 이렇게 3대가 함께

순례길을 걸으러 왔다.

사실 나도 기차에서부터

그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말을 걸지 못했다.

그런데 짱쭈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데 있어

고민을 하거나 용기를 내야할 필요가 없는

사람 같았다. 그냥 말을 거는 것이다. simple.


그런데 순례길을 걸을 때 Shy함은

집에 놓고 걸어야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더욱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짱쭈리와 대화를 하고

갑자기 생기가 돈 나는

앞에 걷던 사람들을 추월하며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쯤 걸었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나와서

나는 오렌지 착즙 주스를 마셨다.

Fresh한 오렌지 착즙 주스

그리고 나는

오렌지 착즙 주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엄청 Fresh하고, 달고 맛있다!

이건 무조건 1일 1잔 해야하는 맛이야!


오렌지 주스로 기운을 충전하고 걷다 보니

남은 거리 100km 지점이 나왔다.

사실 사리아에서부터 시작한 나에겐

큰 의미가 있는 지점은 아니지만

숫자가 예쁘니 나도 인증샷을 찍었다.

남은 거리 100km 지점 인증샷 찰칵


그런데 이거 무슨

출발할 때 내리다가 그쳤던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더 많이 온다.

판초를 단단히 입고

다시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는데

힘들어!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거야?

핸드폰도 안터지고

사실 오늘 몇 km를 걸어야 하는지

안보고 출발해서

가야할 거리가 얼마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중 앉을 수 있는 곳이 있길래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저 의자는 위치가 버스정류장은 아닐텐데 뭘까? 쉼터일까? 무튼 나는 앉아서 쉬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가지고온 빵.

의자에 앉아있는데,

외국인 남성이 옆에 앉으며 말을 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영어로 대화할 힘이 없다.

영어 못알아 듣는 척 그냥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서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정도의

대화는 했다. 영국에서 왔다고 한다.


시간이 2시가 되었는데,

점심을 아직 안먹어서

비행기에서 안먹고 가져온

빵을 뜯어 먹었다.

그런데 맛이 없다. 몇입 먹다 말았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데

오마이갓!

무슨 바위로 된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왔다.

조심 조심 내려가는데

제일 가파른 곳에서는

한 외국인 남성분이

그 때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셨다.

나도 그분이 손을 잡아주셔서

무사히 그 길을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내려오니

마을이 보였다! 야호!

거의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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