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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켈리 May 17. 2024

[ep.11] 포르토마린에서 팔라스데레이(1)

(2024/5/4)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 둘째날 아침

사리아에서부터 시작해서

이곳은 포르토마린


새벽 6시경 눈이 떠졌다.

밤새 자는 동안 난생 처음 겪는

발과 종아리 통증에 시달렸는데

그래도 나름 괜찮아졌다.

다시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수면이 회복에 최고인가 보다.


하지만 이 9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걸을 자신이 없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동키 서비스라고 불리는

가방을 배송 보내는 서비스가 있는데

어떻게 보내는건지도 모르겠고

뭐 하루 전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배송을 보낸다고 해도

오늘 묵을 숙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오늘도 배낭과 함께 걸어야 한다.


내가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책 두권

이게 무게가 좀 있다.

그래서 내가 이걸 왜 가져왔을까 후회하며

버릴까 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차마 버리지 못했다.


한국에서부터 가방에 넣고 다닌 책 두권과, 가방을 메고 나갈 준비를 마친 나

나갈 준비를 마치고

오늘은 어제보다 빨리

7시 37분에 숙소를 나섰다.


숙소 현관, 짐을 보내는 사람들은 문 앞쪽에 짐을 둔다. 오늘도 힘차게 발걸음을 시작한 시각 오전 7시 37분

이곳은 아침 7시경에 해가 뜬다.

그리고 저녁 8시 30분경에 해가 진다.


유튜브 보니까

다른 한국분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랜턴과 함께 걸으며 일출을 보시던데

나는 어두울 때 이 낯선 곳을 걸을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데카트론에서

랜턴을 사긴 했지)


포르토마린은 뷰 맛집 마을이라고 했는데

비오날씨에 뷰가 딱히 돋보이진 않았고

난 어제 숙소 도착 후 계속 숙소에만 있어서

밖을 돌아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이 마을을 벌써 떠난다는게 아쉬웠다.


우산을 쓴 동상과 판초를 입은 사람들

마을이 고지대에 위치해서

밑에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날씨가 맑았으면 반짝반짝 빛나는 강과

푸릇푸릇한 나무들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포르토마린 마을 전경

마을을 벗어나니 산길이 시작되었고

비는 멈출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걷다가 힘들어서 중간에 쉬고 싶어도

마땅히 쉴 곳도 나오지 않았고,

비가 많이 오니까

길에서 잠시 어디 앉아서 쉴 수도 없었다.

그리고 오르막길이 계속 나온다.


나는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부르며

나의 힘듦을 노래로 승화시켰다.

'이제부터어~ 웃음기 사라질거야아아

 가파른 이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아아

 오래동안 못 볼 지 몰라'

(BGM. 윤종신-오르막길)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걸어야

쉴 수 있는 곳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GOD의 길이 생각나 불렀다.

'내가 가는 이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마안 알 수 없지마안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BGM. GOD-길)


걷기 위해 스페인까지 가서

그곳의 소리를 들으며 걷기 위해

이어폰은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노래가 생각날 땐 내가 노래를 직접 불렀다.


그리고 오늘의 걱정거리는 바로 숙소다.

사리아에서부터는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숙소를 미리 예약하는게 좋다고 어디서 봤다.

그래서 부킹닷컴으로 어제 숙소를

부랴부랴 예약했는데

딱 오늘 묵을 숙소만 예약을 못했다.

예약할 수 있는 방이 없었다.

공립 알베르게는 선착순이라서

빨리 도착하면 베드를 받을 수 있을텐데

나의 걸음 속도로는

선착순 안에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한국분이 지나가시길래

말을 걸어서 오늘 숙소 예약햐셨냐고

물어봤더니 그분은 예약 안하셨다고

어제도 예약 안했는데 베드가 있었고,

베드 없으면 다음 마을까지 가면 된다고 하셨다.

그 분은 생장에서부터 걸으셨다고 한다.

숙소 예약 없이 걱정 1도 안하고

걸으시는 모습이 진정한 순례자 같았다.

그래서 나도 좀 숙소 걱정을 내려놓고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아시스 같이 등장한 식당. 내가 주문한 감자튀김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오렌지 착즙 주스

그렇게 한 2시간 정도를 걸었을 때

마치 오아시스 같은 식당이 나왔다.

이 곳을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모두 이 식당을 향했다.

나도 아침을 먹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곳에서 감자튀김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오렌지 착즙 주스를 시켰는데

이 감자튀김 올리브유에 튀긴 것 같은데

엄청 맛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지금까지 먹었던 감자튀김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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