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사람이 계단 올라가기
설 명절에 언니네랑
2층집 감성 숙소에 1박 2일로 다녀왔다.
조카를 오랜만에 만난 나는 굉장히 반가워서 조카를 끌어안고 얼싸안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를 표현했다.
다행히? 조카도 나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날은 7살이 된 조카를 처음 만난 날이다.
이 아이가 내년이면 학교를 가다니!
우리는 만나면 아주 재밌게 놀아야 한다.
조금만 재미 없어도 같이 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카는 심심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작한 가위바위보
2층집이라서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계단 올라가기를 하기 아주 제격인 곳이다.
가위바위보! 이겼다!
가위바위보! 졌다!
를 몇번 하다가 패턴을 발견했다.
우리 채니는 무조건 가위이다.
일단 처음엔 가위를 내고
이기면 계속 가위를 낸다.
가위를 내다가 지면 그 때 다른걸로 바꾼다.
우리 동생한테 내가
"채니는 가위만 내ㅋㅋ 넘 귀엽고 웃겨~"
하니까 우리 동생이 하는 말
"알면 적당히 맞춰서 해"
음 맞는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나는 적당히 가위바위보를 지고 적당히 이기다가
최종적으로 조카가 2층에 먼저 도착하도록
나름 전략적으로 게임을 이어나갔다.
거기에 약간의 연기도 더해서
"채니는 계속 이기구 이모는 계속 지잖아ㅠㅠ"
(매우 슬프고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그랬더니 채니가
"이모가 주먹 내면 이길 것 같은데~?"
이 말을 들은 내 속마음
(뭐야? 채니는 지금까지 알고도 일부러 가위만
냈던 건가? 채니의 전략인건가?)
그리고
(이번에는 나 이기게 해주려나 보다
그래 주먹 한번 내보자!) 라고 생각하고
가위바위보!
나 : 주먹
채니 : 보
결과를 본 나는 대폭소를 했다.
맙소사! 7살 조카의 수에 35살인 내가 넘어가버리다니!
와 가위만 내던 아이가
내가 계속 보 내서 슬퍼하자
나에게 주먹 내면 내가 이길 것 같다고 해놓고
자기는 보 내서 나를 이겨버렸다.
인정이다. 채니는 가위바위보의 고수였다.
심리전까지 펼칠만큼.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사람이 계단 올라가기
가위바위보 해서 진사람이 계단 내려가기
이걸 몇 번이고 반복했고
단 한번도 지지 않고 계속 이긴 우리 조카는
기분이 좋았는지
"이모랑 노는게 제일 재밌어!" 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이모는 어른이고 나는 어린이인데 우리 왜이렇게 같이 잘놀아? 우리 쌍둥이 아니야?"
저 말을 들으니 조카랑 놀아준 보람이 있다.
사실 조카가 나랑 놀아준 거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