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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Oct 29.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삶의 한 조각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바쁜 시간은 바로 아침이다. 아침에는 두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 옷 갈아입히기 , 가방 챙기기 , 간단한 집 청소와 빨래를 한다. 나는 집안일을 몰아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날그날 바로바로 하는 타입인데 이런 성격 탓에 내가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다. 아침에는 좀 쉬어도 될 일을 아침에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분 먼저 일어나도 이상하게도 아침은 여유라는 것이 잘 생기지 않는데 , 여유는 내 마음에서 있지 않기 때문에 늘 바쁘고 정신이 없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핼러윈 파티를 하는 날이라, 아이들에게 준비한 핼러윈 의상을 입히고 등원을 보냈다.

첫째는 망토가 싫다며 , 인상을 쓰고 짜증을 내며 망토 하기를 거부했다. 마법사 모자 역시 거부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 아이에게 짜증이 났다. 그냥 잠깐 걸치고 가면 좋을 텐데 속상하기도 했고 다른 아이 같으면 좋아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파티하는 날인데 입고 가면 예쁠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이에게 더 이상 화를 내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좋고 싫음이 있을 텐데 그걸 무시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도 본인의 생각이 있겠지 내가 여기서 다그치는 것은 아이를 위한 핼러윈이 아니라 그저 허울 좋은 아이로 보이기 위한 내 욕심이 아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육아를 하면서부터, 아이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어느 새부터 날 위한 육아가 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조각조각들이 모아, 삶의 한 단면들을 아이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날 위한 시간으로 채울 것만 같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나 자신을 이겨내야 가능한 일이었다.

첫째 인덕이는 요즘 들어서 나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지는데 어떨 때는 그런 순간들이 나에게 크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아이에게 미안하다 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미안해 엄마가 인덕이 마음을 몰라줬지?"

"인덕이가 왜 속상할까?"

"엄마랑 같이 놀까 인덕아"라고 달래주면 아이는 금세 기분이 풀어지고 웃는다.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적어도 오늘만큼은 아이를 이해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아침에 등원을 하기 위해 , 정문을 나설 때면 경비하시는 분들이 교통정리를 해주신다. 그중에 한 분은 입주자 분들에게 인사를 일일이 하시고, 밝게 웃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이다. 그런데 그분은 웃지 않는 날이 없으셨다. 본인의 일을 즐기면서 하고 계시는 게 눈에 보일 만큼

행복해하셨다. 어느 누구는 본인의 직업에 대해 만족을 하지 못하고, 늘 다른 직업을 꿈을 꿀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주어진 일에 대해 감사를 하고 그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의 탓도 하고 내가 하고 있는 직업에 대해서도 불만을 비쳤던 적이 많았었다.

내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의 조각들을 뾰족하고 날카롭게만 만들어왔는데

이제부터는 조금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조금 더 웃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현재를 충실하게 보내면

어느 순간, 내 삶의 조각들은 영롱하고 밝게 빛이 날거란 생각이 든다. 그 경비원 분처럼 영롱하고 빛이 나는 삶의 조각들을 내 인생에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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