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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Oct 30.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관계의 관계

나는 여태 살아오면서 내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정말 친한 친구는 두 명이 있다.

그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어오던 친구들로 서로의 집안일, 고민 등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타입이 아니었다. 앞에서도 늘 말했었지만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기 전에 많은 생각들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툭 뱉어도 될 말을, 고민을 여러 번 해서 상대방에게 한마디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성격의 사람이다 보니, 나는 늘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웠었다.

누구를 뼛속까지 깊이 친하게 지내는 일은 드물었고, 내 마음을 잘 드러내는 경우도 없었다.

그저 남이 하는 이야기나 고민 상담은 잘 들어주어도 , 내가 힘들거나 고민이 있는 경우에는 남들에게 이야기를 잘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 이야기가 상대방에게 짐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한마디로, 누군가가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런 성격 탓에 나는 친하면 정말 재밌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연한 친구 같은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어울리는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는 욕을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친근한 욕을 하는 친구가 없었다.

그 정도로 나는 친하기는 해도 거리감이 있는 친구였다.

직장을 다니고 난 뒤로는 , 나는 나를 조금 더 표현하고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로 살기로 했다.

내가 여태까지 다른 누군가에게 정을 주지 못한 것을 조금은 더 정을 줘야지 라는 마음을 가졌다. 학교 때부터 친구 , 고향에서부터 친구는 아니더라도 직장에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정말 잘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여러 사람에게 잘해주었다.

그리고 같은 직장 동료가 힘들고 불만이 있을 때 , 내가 총대를 맬 만큼 나는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 나는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신랑은 직장에서 만났는데, 그렇게 행동을 하는 날 보고 답답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굳이 저럴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나의 행동은 오버스러웠고 답답했다. 거기서부터 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의 관계의 중요성을 놓아버린 시점이 말이다.


그렇게 여러 번 상처를 받고, 아이를 가진 엄마가 되었을 때도 나는 알게 된 또래 엄마들이랑 친했는데

친함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문자와 카톡은 하지만 딱 그 정도뿐 있었고 나는 그 엄마들과 더 이상 친해질 수 없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이 있는 것 만 같았다. 이때만 해도 나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상처를 받게 되니 나는 내 마음속에 누군가와 친해지는 걸 포기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가 둘이 있고, 신랑이 있으니 내 가족에게만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모임에도 잘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한동안은 이런 식으로 지내다가 워킹맘으로 지내게 되었는데, 거기서 알게 된 동기 언니는 부담스러울 만큼 전화를 오래 , 자주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 보니 퇴사 후에도 부담스러웠고 그 부담스러움 때문에 나는 그 동기 언니와 관계를 끝맺었다.

그 끝맺음으로 인해 언니는 상처를 받았고 나는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과 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래서 나는 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자책을 했다. 이런 일을 신랑에게 털어놓으니 그가 하는 말은 내가 실수했다고 하는 말이 아닌, 끝을 맺어야 하는 관계는 끝내는 게 맞다고 날 오히려 격려를 해주었다.

마음속에 머물렀던 미련과 나를 향한 자책들이 눈 녹듯이 녹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일로 인해 느낀 결론은 이렇다.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해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원하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 나에게 상처가 되는 관계는 속 시원하게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지 말고, 다른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지 이런 생각은

멈춰주었으면 한다.

내가 힘들고, 상처 받으면 그 삶은 더 이상 내 삶이 아니고, 행복할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쉽게 내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관계 속에서도 나 자신을 조금 더 생각해주고 또한 그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아픈 마음을 끌어안고 , 누군가를 억지로 사랑하려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더 이상 다른 누군가로 인해 상처 받아서는 안될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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