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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1. 2020

우리는 우리의 단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실 말이야. 우리들은 장점이 더 많은 걸지도 몰라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기분이 좋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지고 침울해지는 이유가 뭘까 그런 생각을 했다. 기분은 분명 좋은 것 같고, 나쁠 것도 없는데 육아를 한다고 해서 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니었고

어떨 때는 기분이 좋은데 어떨 때는 이런 좋은 기분이 5분도 지나지 않아 우울해지고,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곤 했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정말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게 어울리는 일인가 싶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쓴 글에 조회수를 확인하다가 내가 정말 조회수가 폭발했으면 하는 글에는 조회수가 작았고, 조회수가 별로 없을 것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썼던 글들은 하루아침에 조회수가 폭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 보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 대신에 , 열 글 깨물어 안 아픈 글 없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나에게 내가 쓴 글이란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어디 가서 욕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고 꼬투리를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뿐이었다. 내가 쓴 내 글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쓴 글은 그렇게 아끼면서도 나 자신은 나에게 늘 상처를 받고, 꼬투리를 잡히는 존재였다.


매일매일 글을 쓰고 내일 쓸 주제를 하루 종일 생각해보면, 작곡가가 악상이 떠오르는 것처럼 머릿속에 제목이 떠오르고 주제와 내용이 떠올랐는데,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놀아주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이 난 것인지, 철학적으로 깨닫기 위해 떠오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떠오른 생각은 이렇다.

누군가 내 장점을 물어보기 위해


"당신 , 당신 장점 5가지만 얘기해봐요?"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쉴 틈 없이 내 장점 5가지를 연달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런 물음이었다.

나는 누군가가 내 단점을 물어본다면 하소연을 하듯이 단점 5가지가 아닌, 10가지 이상은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나를 칭찬하기 위해 내 장점을 말해보려고 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장점 한 가지, 한 가지씩 만드는 일이 낯설었고 어색했다. 그리고 꼭 가식을 부리는 것만 같았다.

하나둘씩 생각해서 늘어난 장점들이 내 장점이 정말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가장 보편적으로 듣는, 내 장점 중에 하나는 노래를 잘 부르는 거야 라는 문장이 떠올랐고 그 뒤로 연이어서 두 번째로 드는 장점은 뭐 한 가지를 시작하면 끝을 보려고 하는 거겠지? 이렇게 딱 두 가지만 떠올랐다

그 뒤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장점이란 건 시간을 두고 생각할 만큼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도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장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고, 쉽게 우울해지고 남을 부러워할 수 도 있다고.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는 그렇게 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날 평가하기 전에 , 이미 내가 나 자신을 평가하고 단점 1가지를 수십, 수백 가지로 쪼개어서 나 자신을 한 없이 부족한 존재 , 우울한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지만 , 속으로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대학교 국문학과에 들어갈 걸 하는 후회도 있었고 일을 그만두고 싶어 그만두었지만 그렇게 꼭 그만두어야 했었나 라는 생각으로 직장에 더 다닐걸 이라는 후회도 하고 있다. 그리고 육아를 하는 도중에도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면서 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자책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정말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님에도 나는 나의 장점보다 단점을 만들기 편했으므로, 그러한 단점들 속에서

우울해하고 내가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사람 한 명 한 명의 각자 인생 속에 단점이란 건 그렇게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미,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기 위해 ,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지금까지 잘 살아오고 있었다


하루를 더 살게 만들어주는 힘은, 내 단점만을 파악해서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닌

많은 이들과 어울리게 하고 지금까지 버텨주게 한 원동력은 바로 내 장점들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나에게는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단점들이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도자기 하나를 만들어도 그 도자기를 만든 장인은 도자기 표면에 반점이나 얼룩이 있을 때  이 도자기는 실패했다고 깨트려버리려고 하겠지만 , 그 도자기를 본 사람들은 도자기 장인이 만들었으니 그 도자기는

곧 이름을 알리는 도자기가 될 거야 이렇게 말하며 갖고 싶기를 원할 것이다. 단점 투성이인 도자기가 남에게는 명품 도자기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사람의 인생도 그러하다.

나의 단점들은 다른 사람 눈에는 작게 보일 수도 있다. 그걸 확대해서 돋보기로 보는 건 나 자신이니

이제는 나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다시 물어보고 싶다.


"자 본인의 장점 5가지를 생각해보세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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