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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2. 2020

좋아하는 것을 뒤로 미뤘더니

맛있는 것도 뒤로 미루는 습관

나는 어렸을 적부터 이상하게도 그런 버릇들이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해를 못할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내 습관은 좋아하는 것을 뒤로 미루는 습관이었다.

때는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그 시기에 반에서 반장들과 부반장들은 학교에서 무슨 행사가 있으면

그날 간식으로 햄버거와 음료수를 사 오는 일이 잦았었다.

나 역시도 그때는 햄버거 집에 가루 소스를 뿌려먹는 양념감자가 유행했었는데, 양념감자도 좋아했었지만 햄버거는 그 나이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학교 행사하는 날 불고기 버거가 세트로 들어오는 날이면

나는 그걸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가방에 보관해서 하교를 한 뒤, 집에 와서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고, 햄버거를 집에 가서 먹으면 분명 맛없게 식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나이에서는 좋아하는 음식을 바로 먹어도 되는걸, 뒤로 미루면서 참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로 뒤로 미루는 습관이 생겼는데, 음식점에 가서 냉면 하나를 먹어도 냉면 위에 올려져 있는 계란을 냉면 다 먹을 때까지 먹지 않았다. 항상 좋아하는 것은 나중에 먹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냉면 위에 올라와있는 계란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들도 미뤄왔었다.

하지만 뒤로 미루고 난 뒤, 맛있게 먹어야 지란 생각으로 먹다 보면 이미 나는 배가 불러있었고 억지로 꾸역꾸역 먹다 보면 늘 체하는 게 다반사였다.

정작, 끝에 맛있는 걸 맛있게 먹으려고 남겨 두었지만 오히려 나는 그것으로 인해 배탈이 자주 났었다.

참 미련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해왔다. 돈을 벌어도 이 돈으로 당장 뭘 해야지, 가족들과 뭘 해야지, 친구들과 여행을 가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돈을 조금 더 벌어서 나중에"라는 생각으로 뒤로 미뤘었고, 지금 현재 내가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갔을 때도 나중에 내가 원하는 학교에 다시 들어가면 되겠지,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 나중에 나중 에로 인해 나는

아이 엄마가 되어있었다. 이미 뭔가를 실행하기에는 조금은 어려워진 그런 위치에 나는 서있었다.

그리고 꿈을 꾸는 것에도 이걸 꼭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회의감이 들어 그냥 있는 그대로 되는 대로 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은 재미가 없는 삶이 되었고, 맛있는 야식이나 간식, 그리고 술자리 등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되었다. 그것들이 인생을 버티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건 행복한 일이었지만 , 남은 것은 지금 내 몸에 있는 담석들과 지방들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은 마음을 조금은 고쳐먹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면 어떨까? 나는 아침에 청소를 하는 일에도 먼저 해야 하는 순서를 매기고는 하는데 이제는 내가 아침에 먼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먼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뒤로 미루는 습관으로 인해 나는 지금껏 얻은 게 없었기 때문에, 고통 끝에 행복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고통이라는 것들로 인해 가끔은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주위에도 그런 소식들을 많이 들었다.

"누가 암 이래 "

"누가 병원에 입원을 했댸"

"누가 돌아가셨다는데?"

라는 그런 소식들을 전해 듣다 보니, 돈을 열심히 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돈을 버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친할아버지 같은 경우에도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하시다가

많이 모아둔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고, 둘째 큰아버지도 가족들과의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을 하셨는데 결국에 돌아오는 건 대장암 3기라는 진단뿐이었다.

그리고 신랑이 일하는 병원에서 가끔 다니셨던 환자분들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렇게 정정하고 잘 다니셨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 혹은 자식간의 불화로 인해 돌아가셨다 라는 소식을 듣게 되면 인생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좋아하는 일 , 하고 싶은 일을 참으면서까지 뒤로 미루는 일이 정말 맞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들을 뒤로 미루는 일보다 , 인생이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은 욕심을 내어 원하는 것들을 도전하고 시도해보려고 한다.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나에게 많은 하루들이 있을 것 같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지금부터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간이란 건, 나에게 주어진 오늘만이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들도 앞으로 올 미래들도 나는 변화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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