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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2.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행복을 주는 아이

나는 31살의 두 아이를 가진 엄마이지만 가끔씩은 나도 자유롭게 돌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유롭게 밥도 먹었으면 좋겠고, 잠도 내가 원하는 만큼 자봤으면 하는 그런 소망도 있다.

육아를 하며, 남들보다 느린 발달을 가진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무너지는 일들이 생긴다.

타요를 너무나 좋아해서 계속 방송만 들여다보는 아이를 볼 때면 언어가 더 지체되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 앞서고 센터에서는 인덕이가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내년이면 5살이 될 아이의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오후쯤에 어린이집 카페를 들어가 보면 각 반마다 그날 활동한 아이들의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그럴 때는 나는 둘째보다 첫째에게 마음이 더 신경이 쓰인다.

며칠 전에는 사진을 확인하고 같이 올라온 동영상도 확인했는데 다른 아이들은 웃고 있는데 인덕이만은 울상을 짓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말도 잘하고, 놀이도 잘할 텐데 인덕이는 그런 모습들을 보고 혼자서 좌절을 하는 것은 아닐까?

아침에 혼을 냈는데 그걸로 인해 아이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일까?

어린이집에서 적응을 잘하고는 있지만 아이로서는 힘든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그런 염려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키우며 걱정과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아이가 돌 전일 때는, 다른 엄마들과 소통을 하면서 만나기도 하고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하기를 바라 왔지만

이제는 발달 상태가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나서는 것도 꺼려질 때가 많다. 나는 아이가 인덕이의 사회 속에서 잘 적응을 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 사회에서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내가 주머니 사정이 여유가 있을 때 새로운 장난감들을 사줄 때가 있는데, 아이가 잘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지만 놀이를 하다가 동생을 따라 하며 장난감을 입에 넣거나 동생처럼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자면

마음 한편이 서글퍼질 때가 있다. 이러다가 진짜 장애진단을 받으면 어쩌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럴 때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감정에 요동치는 한낱 나약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아이로 인해 하루가 기분이 왔다 갔다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버텨내 가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는 누가 더 좋다고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행복을 줄 때가 많았다


동생이 어질러 놓은 것들을 치우려고 하는 모습들이나, 방 안에 있는 옷을 서랍에 넣는 모습 , 자신의 장난감을 동생에게 양보를 하는 모습, 하원을 하고 나서 엄마랑 같이 놀고 싶어 엄마에게 다가와서 손을 이끄는 모습, 센터에서 여러 선생님들께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 간식을 주고 나서 "엄마도 아~"하면 자신의 것을 엄마 입에 넣어주는 모습, 자신을 돌봐준 외할머니가 집에 가시려고 하면 품에 안기며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 ,
식탁에 잠깐 올려놓은 과자를 몰래 먹다가 동생이 달라고 하면 입에 넣어주는 모습 등, 아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로 아이는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었다


나는 지금 육아를 하며 절망과 기쁨 속에서 방황을 하지만 , 쓰러진 나무에게도 따뜻한 햇볕이 드는 것처럼

더욱더 힘을 내서 아이를 돌봐줄 것이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보다, 이 아이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에

행복을 주는 아이를 보다 더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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