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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3. 2020

겨울날 우리들을 위로해주는 어묵탕

저렴한 가격으로 주머니 부담이 없는 어묵

나는 어릴 때부터 동네에 있는 분식을 파는 포장마차나 분식집에 있는 어묵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매콤하고 달달한 학교 앞에서 파는 떡볶이도 맛이 좋았지만, 그에 맞서서 어묵꼬치를 먹는 기쁨도 그 당시에는 컸었다.

거의 보편적으로 동네마다 다른 듯했으나 어묵 꼬치 하나 당 300원에서 500원 정도 했었다. 둥글 길게 생긴 어묵은 가격이 더 저렴한 편이었다.

어묵탕은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더욱 인기가 많았는데 서울에 살 때는 지하철역을 많이 이용을 하는 편이었다.

그 당시에는 길을 건너기 위해 지하철 보도를 이용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딘가를 가기 위해 지하철 역을 이용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면 꼭 근처에 한 개에서 두 개 정도 포장마차를 보기도 하였다.

내가 산 곳은 화곡역이라는 곳이었는데 이 곳은 분식 포장마차가 인기가 많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들이 인기를 잃고, 코로나 확산을 피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규제를 하는 편이라 요새는 포장마차 인기가 예전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학생 때는 , 지하철 역에서 포장마차를 보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꼬치였다. 그리고 꼭 굳이 어묵을 먹지 않고 떡볶이를 먹더라도 항상 종이컵에 어묵 국물을 받아 뜨거운 김을 식히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오뎅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고 나와 같은 서민들에게는 인기가 있는 음식이었다.

천 원이라는 돈으로 국물도 먹을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아이가 둘이라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사 먹는 일이 쉽지가 않아 어묵이 먹고 싶을 때는 손수 집에서 끓여먹기도 한다.

하지만 집에서 끓인다고 해도 길거리에 파는 그런 맛이 항상 나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육수의 맛이 달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맛을 내지 못하는 것인지 내 생각으로는 아마도 후자의 생각이 맞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주부이기는 하지만 , 아직까지는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기에는 서투른 편이다.


아이가 있다 보니 얼른 만들어야 지란 생각이 앞서있었고, 요리를 하더라도 천천히 먹어야지 라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면들이 많았다. 육아라는 단어가 나를 빠른 것을 좋아하고 얼른 한 끼 먹자는 마음으로 날 변하게 했던 것 같다.

무엇이 그렇게 날 급한 성격으로 만들었는지 가끔은 야속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성격임에도 나는 어묵탕만큼은 천천히 먹었다. 뜨거운 김이 나는 국물을 호호 불며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도 있었고, 식사가 아닌 술자리에서도 나는 어묵탕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충주로 내려와서 장이라는 걸 처음으로 구경하고 호떡과 어묵꼬치를 파는 포장마차를 봤을 때 먹었던 그 어묵 맛이 , 그리고 서울에서 돈이 없었던 학생이었을 때 먹었던 어묵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욕심이 덜했던 것 같고, 성격이 그렇게 급하지도 않았고 여유가 없어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일도 많이 없었다. 그러나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욕심을 부리는 욕심쟁이가 되었고 아이들이 행동을 느릿느릿하게 하면 참지 못하고 짜증을 먼저 내는 그런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길거리에 어묵 하나를 먹는다고 해서 마음이 설레거나 기쁜 그런 마음도 이제는 들지 않았다.

나도 이제는 자본주의의 회색도시에 물들어버려 내 색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나에게 색이란 것은 존재할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저 남들 하는 만큼은 하자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다. 그렇지만 나는 사실 행복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현실에 치이면서 살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자라는 다짐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왔었다. 그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때는 있었지만


이제는 어묵을 볼 때면, 포장마차에 있는 어묵꼬치가 생각이 나고 둥둥 떠있는 무와 고추들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어렸을 때의 어묵을 사 먹었던 기억들도 난다.

그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는 비교적 걱정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마음 하나 추스리기도 어려울 만큼

어려울 때가 많지만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라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내가 쓴 내 글이 , 나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여유를 가지게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살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어묵 속에서 묵묵히 국물의 맛을 내주는 자른 무처럼 우직하고 말없이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추운 날 , 국물 한 모금으로 인해 속을 풀어주는 어묵탕처럼 나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속을 풀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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