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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3. 2020

사과가 싫다는 남편

빠름을 강요하는 사회

나는 가끔 신랑과 아이들을 재우고 간단하게 술을 한잔 하는 경우가 있다. 마음속에 못했었던 말들과

서로의 고민거리들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 할 방향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나의 신랑은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초보 작가인데, 나는 그에게

"우리 언제 날을 잡아서 내가 원하는 글에 맞는 자기는 사진을 찍어주고 나는 자기가 찍은 이미지에 내가 글을 써주기로 하면 어떨까? "라는 말을 건넸다.

그 말을 하자, 신랑이 하는 말은 "재밌겠는데? 기대된다 "라는 말이었다. 나 역시도 기대가 된다. 신랑과 나랑은 어느 정도 생각들이 잘 맞는 편이었다.


일은 며칠 전에 일이었다.

그날도 야식을 먹으며 간단히 술 한잔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자는 시간인 8시에 평소에 좋아하는 치킨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배달을 주문하면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카톡으로 오기 때문에 배달을 주문하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한 시간쯤은 이제 기다리는 일도 아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 음식점에 주문해서 다이렉트로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 퀵 기사님과 가게에 상황에 따라 배달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시간이 3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신랑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신랑은 자는 아이들이 깰까 봐 전화를 거실에서 받았기 때문에 나는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는데 신랑이 전화를 하고 오더니 나에게 말했다.


"나는 사과가 싫어, 뭐가 그렇게 죄송한지 모르겠어

왜 죄송하다고 늘 말하는지 "라는 말이었다.

갑자기 저런 말을 왜 할까? 생각을 하다가 십분 정도가 지나서 치킨이 왔고, 배달 기사님은 여자분이셨는데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시며 치킨을 건네주셨다. 사실 배달 시간이 많이 초과가 된 것도 아니었고 음식을 엎지른 그런 상태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조금 늦었다며 죄송해하셨다

우리 둘은 화가 나서 가게에 전화를 한 것도 아니었고 서로 핸드폰을 보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한 달 전 일도 생각이 났다. 전에는 해물탕을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내 핸드폰으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오더니  배달하는 사람인데 지하 주차장에 와있는데 국물을 많이 엎지른 것 같다고 자기가 다시 주문해서 가져다주겠다는 그런 전화였다. 그 전화에 나는 일단 상태를 보겠다고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시라고 한 다음 , 음식의 상태를 봤다. 하지만 음식 상태를 보니 그렇게 못 먹을 정도로 심하게 엎지른 상태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기사님은 자신이 음식값을 대신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괜찮다고 음식 주시라고 말씀드린 다음 음식을 받았다. 어차피 해물탕에 국물을 우리 둘이서 다 먹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이렇게 배달을 주문하는 일에서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스피드를 요구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을 하더라도, 음식을 주문을 하고, 집에 수리가 필요해 수리 기사를 부를 때도 우리는 당장 내일 오기를 바란다. 외국은 우리나라같이 뭐든지 빠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놀라는데 정작 우리들은 그런 빠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쇼핑을 하고 오늘 00시 이전 주문하면 오늘 발송, 혹은 0월 00일 도착 예정이라고 뜨는 글들을 클릭해서 주문을 하고, 예정일에 오지 않으면 전화를 하거나 글을 남긴다. 와야 할 물건들이 안 오면 왠지 모르게 조급함이 생긴다. 어차피 올 물건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성격이 급한 것일까? 물건을 주문하면 1일 내에 오기를 바라고, 배달을 주문하면 되도록 도착 예정시간보다 빨리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가게에 사장들은 죄송하다고 글을 남기며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떨 때 보면, 참 안쓰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 사과들이 싫다는 신랑의 말에 나도 동의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의 사회가 빠름을 좋아하는 토끼보다는 , 느림의 여유를 아는 거북이의 마음도 가졌으면 한다.

집안의 가전 수리나, 인터넷 배송, 그 외에 배달을 하시는 분들에게 우리는 아량을 베풀 필요가 있다.

조금만 더 그들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삶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바로 "죄송합니다" 이 말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죄인이 아니기에 우리는

우리 안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로에서 온전히 혼자인 채로 달리는 그들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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