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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8. 2020

남편과 향수들

향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진 속 향수들은 신랑이 나에게 사준 향수들이다. 그리고 뒤에 있는 바디로션은 내가 산 것인데, 나는 어렸을 적부터 향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문방구에 가서 향수 비슷한 것들을 사서 손목에 뿌리고 다니곤 했었다.

특히 그때 좋아하던 향은 복숭아 향이었고, 스포이트 같은 걸로 안에 내용물을 빨아들여 손목에 톡톡 하고 뿌려주면 나에게서는 상큼하고 달달한 복숭아 향이 났었다. 물론 가격은 이천 원에서 삼천 원대의 가격들이어서 마음먹고 사야 했지만 , 나는 그 어린 나이에도 향수라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중학교 때 아침에 등교를 하다 보면, 시간이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과 맞물리게 되는데 어떤 직장인과 스치듯이 지나가게 되면 아빠의 스킨 향 같은 향이 났었다. 차가운 공기에 상쾌한 향수 향을 맡게 되면 나는 그 거리에서 멈추고는 향이 너무 좋다 라고 혼잣말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향수는 페라리의 한 종류이거나, 불가리의 한 종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향수는 좋아하긴 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나는 브랜드 향수를 마음먹고사는 편이다. 그래서 브랜드 향수들 이름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저 나는 향수 자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름을 잘 알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향수들은, 랑방의 메리미와 베르사체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하다가, 어떤 글을 보게 되었는데 향수는 사람을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그런 글 귀를 읽은 것 같다. 내 생각에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나 직장을 다닐 때 향수를 뿌리던 이들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비슷한 향을 맡게 되면 내 머릿속에는 특별히 기억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잊혔던 사람들이 생각이 나곤 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도 연달아 생각이 났다.


그렇다 보니 나도 향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신랑에게 나는 향수가 좋다고 말을 넌지시 건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신랑은 그 말을 기억하고는 내가 사고 싶다고 말했던 향수 목록들을 보고는 어느 날 갑자기 향수들을 선물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있던 저녁에 나는 향수들을 선물 받았고 , 이 정도 사려면 가격이 비싸지 않냐는 물음에 신랑은 말했다.


"가게에서 정가로 사면 비싸지. 근데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그렇게 엄청 비싸지는 않더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생색 한번 내지 않고 나에게 선물하는 모습에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신랑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어떤 음식이나 결혼하기 전 데이트를 할 때 무엇을 사줘도 생색을 내거나 이거 내가 사줬으니까

나도 뭐 하나 사줘~ 이런 말이나, 그거 비싼 건데 내가 사준 거야 라는 허세가 잔뜩 들어간 그런 말을 일절 하지 않았다. 사람 자체가 나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용돈이 적더라도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신랑은 향수를 뿌리고 다니지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향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신랑과 결혼을 한 것과 아이를 낳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신랑이 사준 향수들로 인해 나는 어딘가 외출을 할 때면 향수를 뿌리고 나가고는 한다. 집 앞에 편의점을 가거나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거나, 쓰레기를 버리러 가거나 할 때는 뿌리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러 가거나

시내에 외출할 일이 있을 때는 향수를 뿌리고 나간다. 그러면 그 은은한 향들이 나를 감싸고 내가 움직이는 거리들마다 그 향들은 나와 같이 걷는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를 가서도 내가 뿌리는 비슷한 향을 맡으면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날 추억해주기를 바라고 , 그리고 머리 아프고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나쁜 향이 아니라

은은하게 사람의 기분을 행복하게 해주는 향처럼 나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 좋은 향수이고 싶다.

내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과 내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들이 누군가를 상처받게 하는 것이 아닌, 선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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