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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19. 2020

이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를 때

요즘따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데 가끔씩은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가 무엇인지,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 하루에 한편에서 두 편 정도 부지런히 올리고는 있지만 나는 내가 쓴 내 글이 내가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부끄러울 때도 있고 너무 허세에 있는 건 아닌가, 내가 가식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줄 정도로 내가 대단한 사람인가 그런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한마디로 현타가 오는 시점에서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하루하루 마음을 다시 잡고 마음먹은 대로 100개는 채우려고 한다. 그러면 그 이후에는 글 솜씨도 더 좋아질 거란 생각이 들고, 의미 없는 인스타 사진들과 네이버 카페들의 글, 자극적인 뉴스 기사들만 보던 일상보다는 하루에 생각을 하면서 고민도 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일을 쉬고 있는 까닭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예전보다 정말 많아졌는데, 아이들의 간식이나 집에 먹을 음식거리들이 없을 때 나는 종종 배달어플을 이용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달을 주문해서 뭘 먹어야지 대충 생각은 해놨지만, 어플을 켜는 순간 한식부터 중식, 양식, 분식, 디저트까지 메뉴들을 보고 있으며 뭔가 색다른 건 없을까?라고 찾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원래는 죽을 주문하기 위해 어플을 켰는데, 전혀 다른 설렁탕을 주문을 한다거나 빵이 먹고 싶었는데 갑자기 커피도 먹고 싶어 져서 커피를 주문을 한다거나, 분식이 먹고 싶었는데 막상 분식 메뉴를 보니 별로다 라는 생각들과 어차피 나는 잘 체해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소화도 안되는데 떡볶이 큰 거 시키면 분명히 남겠지 이런 생각들로 주문하게 되는 걸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주저한다. 내가 음식을 주문하는 게 맞을까?

그래서 배달 어플을 종료하고 , 원래 주문하던 반찬집에 주문을 한다.


"그래 반찬집에 주문하는 게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며칠 동안 먹을 수 있으니 이게 낫겠지"라는 자기만족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문을 한다.

그렇게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마음이 하루에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바뀐다.

며칠 전부터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는 있지만 내가 이 곳에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이렇게 쓰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계획 없는 욕 식 쟁이에 불과했다

그저 계획은 없으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에 찬 욕심쟁이 말이다.


먼저 브런치 작가에 지원을 한 이유는 그냥 무작정 글이 쓰고 싶었고, 휴직을 하는 동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의미 없이 없어질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고 도태되는 것 같아 신청을 하고 합격을 했다. 그래서 작가라는 명칭으로 하루에 글을 올리게 되었는데 그다음에 드는 생각은 조회수가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들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글을 써야 하는 것인지 , 독불장군처럼 내가 원하는 것들만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들이 많이 들었다. 사실 글을 잘 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자존감도 떨어지는 상태이며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몰랐다.


"윤효정, 넌 도대체 뭐가 하고 싶니?"

라는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나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할 것이다.


"음, 글쎄요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어요 "라고 말이다.

어렸을 적은 누군가가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피아니스트, 유치원 교사, 방송작가 등 고민하지 않고 자랑하듯이 말했는데 지금은 누군가가 나에게 뭐가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괜히 움츠러들게 된다.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든 것 같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고 사실 내가 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은 것 같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고민하는 마음들도 적었으며, 새롭게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도 나는 덜 되어있었다. 무언가에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취미로 운동을 하는데 , 마라톤을 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미 신청은 해놨지만, 연습을 하지 않은 탓에 헉헉 대는 호흡 때문에 연습을 조금 하다가 포기한다. 그리고는 말할 것이다.


"마라톤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


지금의 나도 그렇다. 글을 쓰고는 있지만 정작 마음속으로는 말하고 있다.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 나는 아직 멀었어"


이런 마음들이 들지만, 어쩌면 이런 마음들이 더욱 커져서 포기라는 마음으로 커질 수도 있다.

나는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은 내 마음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더 많은 이들의 글들을 읽고, 아직 제대로 글을 써본 적도 없기 때문에 브런치를 이제 막 시작한 작가들이나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고는 싶은데 의문이 생기는 많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문만 열고 나가면 바람이 불던, 햇빛이 쏟아지든, 일단 나가는 순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무엇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 내가 내 마음을 확인하고 확신하는 순간, 이미 그 마음만은 백 점짜리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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