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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26. 2020

만약 책이 사라진다면

글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지금의 사회는 뭐든지 빠르면 좋은 사회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내용이라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기대하게 만들며,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드라마나 영상들은 사람들의 이슈화가 된다.

나는 유튜브나 뭔가 재밌는 영상들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는 타입이다. 그것들은 모두 일회성에 불과하다.

잠깐 읽고, 잠시 동안 흥분하고, 그리고 그것들을 보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 내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면서 그 안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블루라이트로 인해 피로해진 눈만이 있을 뿐이다.

요즘에는 하도 상식 이하의 뉴스들과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잔혹한 기사들이 많아 나는 뉴스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지며 불쌍하다 못됐다 미친놈이다 라고 욕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니

어느새 나는 뉴스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세상 소식들에 눈과 귀를 닫고 싶지는 않아 꼭 필요한 뉴스들만 챙겨보는 편이다.


예전의 나는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그 나이가 좋아할 만한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으며

중학생으로 올라갈 무렵에는 연애소설이나 철학이 담겨있는 그런 책들을 좋아했다. 그 시절 까지만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손에 쥐고 읽고 있는 사람들은 많았다.


출퇴근 길에서도 손에 책을 쥐고 읽는 사람들을 보자면 나와 같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육아를 하면서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어진 나는 책과 점점 담을 쌓게 되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책들은 결혼을 한 후, 내 방에 있던 모든 책들을 어머니가 중고 마켓에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판매를 하셔서 책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며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책들은 거의 없다.




그나마 아이들의 책을 제외하고 집에서 책을 찾아볼 수 있는 책장은 단지 여기뿐이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내가 책을 멀리하게 되니 나에게는 이제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어져버렸다. 그런데 사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나는 현실의 사태를 모르고 있었다. 출판업계가 힘들며 책을 판다고 해도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는 것,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스테디셀러가 된다면 모를까


전업 작가로 살며 책 한 권을 낸다고 해도 그는 바로 유명해지지 않으며 그들의 삶은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그저 책을 낸 작가들이면 모두 유명해지며 여기저기서 강연 제의가 들어올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전자책은 그나마 나은 책이니까 그거라도 읽는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충분히 박수를 쳐줄 일이지만 아마 20년 뒤나, 30년 뒤에는 인쇄소와 책을 쓰는 작가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 출처: 국민일보)



이 세상엔 재밌는 볼거리들로 넘쳐나서 책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씁쓸한 생각이 든

다.

그리고 정치와 뉴스만 하더라도 책 보다 더 재밌고 말도 안 되는 어이가 없는 상황들이 연출되니 사람들은 책에 관심을 둘 시간들이 없다. 종이책을 넘겨 보는 그 긴 시간보다 검지 손가락으로 슥슥 내리며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는 게 더 재밌고 더 빠르니까 말이다.

예전에는 책을 통해 지식을 쌓았다면 지금은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는 사이트를 통해 충분히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러니까 책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학교를 다닐 때는 독후감을 써야 하기에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적어도 성인이라면 책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읽는 잡지 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말이다.


어떻게 보면 현대인들은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기억에 계속 남고 여운이 남으며 인생에 조언을 해주는 책을 읽기보다는, 긴 글이라면 읽기조차 싫어서 중간 생략하고 처음과 끝만을 보는 그런 습관들을 가진 이들을 볼 때면 나는 가끔씩 마음이 아려오며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우리들은 책을 통해 단 1퍼센트라도 없어지지 않을 감성과 이성 ,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벌써 이런 사회인데 미래라고 달라지는 일이 있을까 싶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어려운 책을 고르지 않아도 되며 읽기 편한 그림책이나 에세이를 읽어도 좋다.

화장실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놓아두는 것도 추천한다. 책의 두께는 두꺼울 필요도 없으며 얇아도 상관없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분명, 좋은 취지로 만든 영상이 될 수 도 있겠지만 진정 위로가 필요하고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한 우리들에게는 나무의 영혼이 들어간 종이책이 필요하다. 이 글의 제목대로 만약에 책이 없어진다면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건 과연 누가 해줄 것인지,


위로를 주는 에세이나 깊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해주는 소설들과 마음 한편을 먹먹하게 만들어주는 시집들, 그리고 각종 경제서적들이나 자기 계발서 , 직업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 그리고 그 책을 쓴 수많은 작가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책이 없는 사회는 너무 삭막할 테니까 말이다.



수많은 출판업계들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책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깨달음과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할 존재들이 아닐까 싶다. 몇십 년 후, 로봇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사람이 귀하지 않더라도 로봇은 글을 쓸 수 없다. 그들을 이길 수 있는 건 사람의 귀함을 말할 수 있게 하는 건 , 사람의 감성과 지식이 묻어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죽지 않는 글이다. 글은 죽지 않으며 우리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로 책이기 때문에 책이 설 자리가 더 많았으면 한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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