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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인 Nov 28. 2020

잘 다녀온다 하였는데

첫번째 쓴 시 .이제는 그만 그곳으로 날아가기를


어미 아비 동생에게 떠나오기 전
나는 말했네
잘 다녀오겠다고
돈 많이 벌어서 오겠노라고

하지만 그 약속을 이제는 더이상 지킬 수 없네
내 앞에 핀 꽃
민들레 홀씨는 저 멀리 바람에 두둥실 실려 잘도 날아가는데



나는 발이 없는 듯

무릎이  없는 듯

걸을 수 있는 하지만 걸을 수 없는 앉은뱅이 되어  

이곳을 떠날 수가 없네



바람에게 부탁 할 것이 있다면

어미 아비 동생에게

더이상 나를 기다리지 말라고

그 말 한마디만 전해달라고 하고싶네

보고싶다는 그 말 까지는

내 상황에 사치인것 같아


내 앞에 흉악한 저이들 앞에서

반항 한번 못해보고

죽어가는 동무들 앞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해보고

당하는 내가 부끄러워

누구를 보고싶다는 말도 못하겠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풀어달라는 말도

그만 하라는 말도 아닌

죽이지만 말고 고향으로 보내주오

이말 만을 하고 싶네



내 고향 들녘에 피어나는 해의 모습도

날 보며 짖는 멍멍이의 모습도

내가 좋아했던 사내의 모습도

날 보며 웃어주었던 아비 어미의 모습도

이제는 기억속에서 흐릿해지네




                              ( 출처 : 서울신문 위안부 소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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